하도겸 칼럼니스트
하도겸 칼럼니스트

가끔 신문 매체에서 ‘만수르’란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다. 비슷한 연배의 그는 아랍에미리트의 부총리로 아부다비의 왕자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 FC의 구단주로 소개되곤 한다. 아재개그로 아부다비는 아부를 하는 사람들이 다비식을 하는 곳이라고 떠들곤 해서 그런지 아부다비는 낯설지 않다.

이 아부다비를 왕래하는 항공사 가운데 에티하드항공이 있다. 근래 중간 경유지로 아부다비를 할 경우 한번에 한해서 스톱오버 즉 체제시 2일간의 무료 호텔을 제공한다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페이스북에 떠오른 광고를 보다 계속 클릭하다보니 마음은 이미 아부다비로 향했다.

무료 호텔을 예약하기 위해서는 항공권 번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638인가하는 번호만 있으면 굳이 에티하드항공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안해도 된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저렴한 사이트에서 예약을 하고 발송된 항공권으로 무료 호텔 예약도 무사히 마쳤다.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석을 자랑한다는 에티하드 항공. 그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고는 싶었으나 100만원이 넘는 추가비용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산이었다. 마음 속으로는 인천에서 0시 15분에 출발해서 자고 일어나면 아부다비인데 뭐하러 타냐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스웨덴의 화페 크로나이다. 오늘날짜로 120.98원하니 200크로나는 2만4000원정도가 된다. / 하도겸 제공
스웨덴의 화페 크로나이다. 오늘날짜로 120.98원하니 200크로나는 2만4000원정도가 된다. / 하도겸 제공

평소에 프랑스 루브르를 자주 들리던 큐레이터 특히 전시개발에 관심 있는 한 사람로서 아부다비에 새로 생긴 루브르 분관은 꼭 가고 싶은 곳 가운데 하나였다. 버킷리스트라고 까진 할 것없지만 가보고 싶은 욕망은 누를 길이 없었다. 그런 저런 이유로 이미 발길은 인천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천천히 가려고 했으나 와이파이를 받으려면 저녁 8시반까지 와야 한다는 이유로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개미 근성’에 부지런히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운전사 뒷자리 부근에 앉아 공항을 향하는데 도로사항이 여의치 않다. 한참 섰다 가다를 반복하는 가운데 인천공항리무진을 탄 스웨덴 두 백인남자가 차비로 낼 현찰 2만원이 없어 당황해한다. 친절한 운전기사는 달러나 유로도 좋다고 하나 200 크로나밖에 없단다. 근데 크로나가 뭔지 아무도 모른다. 뭐지? 마침 숙직비로 받은 현금이 얼마 있어 그 가운데 2만원을 대신 바로 내줬다. 생각해 보니 카드로 계산해도 되는데 왜 그랬지? 고맙다며 내미는 돈을 받았는데 그들 말로는 2만원이 훨 넘는 큰돈이라고 한다. 좋은 일 한 건지 장사를 한 건지 잘 모르겠다. (나중에 알고 보니 2만4,000원 정도하는 돈이라고 한다.) 공항에서 내리는데 외국인 두사람도 부드러운 얼굴로 고마워하고 기사분도 감사하다고 인사해주니 도움은 된 듯 하다. 스웨덴 돈이 생겼으니 곧 북유럽에 오로라 보러 갈 기회가 곧 있을 듯싶다.

아부다비의 프리미엄 라운지인데 만수르인지 잘 모르나 국왕 등의 초상이 걸려 잇는 것이 인상깊다.  / 하도겸 제공
아부다비의 프리미엄 라운지인데 만수르인지 잘 모르나 국왕 등의 초상이 걸려 잇는 것이 인상깊다. / 하도겸 제공

터미널에 도착해서 와이파이를 찾으러 구석진 곳까지 한참을 걸어갔다. 절약을 위한 길은 정말 고난의 행군이었다. 8시반까지 찾으러 오라고 문자가 와서 서둘러 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일 0시 지나 출발하는 비행기여서 내일 날짜로 와이파이 인수인계 신청을 했다. 하지만 가만히 보니 하루 전인 오늘 받아야 하니 잘못 신청한 것이 된다. 안내하는 분이 제 이름의 와이파이가 안왔다고 한다. 찾는 것은 오늘이니 아뿔싸 큰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 어떡하지? 하며 혹시 방법이 없나 몇 번이나 여쭤 보았다. 친절한 담당자는 잠시만 기다리라며 가방을 뒤지며, 어디로 가는지 묻는다. 프랑크푸르트라고 답을 하니 마침 비상용으로 하나 여분이 있다고 한다. ‘럭키 하도겸 럭키 코리아!’라는 표어가 갑자기 떠오른다. 크로나를 바꿔준 공덕인가 속으로 질문한다.

항공사 카운터에 가서 체크인하고 출국심사하고 그러고는 짐 보안검사를 끝내고 라운지로 향한다. 이 날을 위해 부득이 하게 체크카드가 아닌 신용카드를 써왔던 보람이 있다. 잠시 새로 나온 싱글몰트를 보기 위해 면세점에 머물다 시간이 지체되어 결과적으로 라운지 입장시간을 3분이나 늦었다. 프라이어티 패스로는 9시반부터 10시까지는 입장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유는 저녁식사가 끝나고 이 시간 이후로는 스낵으로 변경되기 때문이다. 안에서 열심히 잘 먹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문앞에서 기다리는 모습이 스스로 처량했다. 이런 법이 어디 있나?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그냥 다이어트에 도움이 돼서 좋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래도 와인도 위스키도 없는 라운지는 서글프다.

11시 20분경에 줄을 서서 비행기에 탑승한지 얼마 안돼 비행기를 활주로로 향한다. 이륙 후 얼마후에 주는 식사를 조금 먹다가 잠을 잔다. 그리고 일어나보니 정말 아부다비 부근이다. 주는 아침밥을 먹고 내리는 데 허기를 다 채우는 건 쉽지 않다.

라운지 내의 ‘바’로, 새벽 5시인데도 술을 대접한다. 필리핀 바텐더들이 일하는데 은근히 팁이 들어 있는 컵을 들이대며 팁을 요구한다. 손으로 권총을 쏘는 모습을 보이자 “No drug No problem”이라며 마약을 안하면 정말 안전하다며 마약범들을 총으로 쏜 두테르테 대통령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눈치가 정말 빠른듯하다. / 하도겸 제공
라운지 내의 ‘바’로, 새벽 5시인데도 술을 대접한다. 필리핀 바텐더들이 일하는데 은근히 팁이 들어 있는 컵을 들이대며 팁을 요구한다. 손으로 권총을 쏘는 모습을 보이자 “No drug No problem”이라며 마약을 안하면 정말 안전하다며 마약범들을 총으로 쏜 두테르테 대통령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눈치가 정말 빠른듯하다. / 하도겸 제공

아부다비 공항에서 내리면 환승하기 위해서 3터미널 방향으로 가야했다. 방향을 몰라 당황했지만 환승센터에서 물어보면 친절히 알려준다. 덧붙여 라운지 장소를 물으니 1터미널로 5분이나 가야한다고 한다. 아부다비 공항에서 세시간이상 기다려야하기에 부득이하게 라운지로 향한다. 여기 시간으로는 새벽 5시경이다. 식사보다는 칼스버그 맥주와 이름 모를 화이트와인와 레드와인을 들이킨다. 아일랜드 위스키 제임슨을 언더락으로 마시며 생수 페리에를 마신다. 카푸치노를 마시려다가 핫쵸코로 해장을 한다. 해피 프라이데이이다. 낮술이나 불금이 아니라 새벽부터 마시는 술은 정말 신이 주신 축복이다. 이제 유럽 아니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러 가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