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가 직영주유소 매각과 관련해 현대오일뱅크 및 코람코자산신탁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뉴시스
SK네트웍스가 직영주유소 매각과 관련해 현대오일뱅크 및 코람코자산신탁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유업계에 판도 변화가 임박했다. 매물로 나온 SK네트웍스의 직영주유소 새 주인에 현대오일뱅크가 유력해진 것이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주유소 숫자 기준 업계 순위가 뒤집힐 뿐 아니라, 1조3,000억원대 자금이 이동하면서 연쇄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새 주인’에 현대오일뱅크 유력

지난달 중순 직영주유소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공식 인정한 바 있는 SK네트웍스는 지난 1일 현대오일뱅크와 코람코자산신탁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통보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와 코람코자산신탁 측은 당초 예상됐던 1조2,500억원을 넘겨 1조3,000억원대의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 자금을 대는 코람코자산신탁이 주유소 소유권을,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운영권을 갖게 된다.

인수가 성사된다면 정유업계, 특히 주유소 브랜드 순위에 판도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기존 주유소 브랜드 순위는 SK주유소가 독보적 1위를 달리는 가운데, 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순으로 2위권이 형성돼있었다. SK주유소는 가맹점 사업을 하는 SK에너지가 3,404개의 주유소를 가지고 있고, SK네트웍스가 324개의 직영주유소를 운영 중이었다.

다만, 인수 자금을 대는 재무적투자자 코람코자산운용 측이 10여개의 주유소를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태로 개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현대오일뱅크가 추가 확보하게 될 주유소는 310여개로 예상되며, 기존 2,218개였던 주유소가 2,530여개 안팎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는 2,387개의 주유소를 갖고 있는 GS칼텍스를 제치며 2위에 오르게 되고, 에쓰오일(2,099개)과의 격차는 한층 더 벌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는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인수를 통해 주유소 숫자 기준 업계 2위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뉴시스
현대오일뱅크는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인수를 통해 주유소 숫자 기준 업계 2위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뉴시스

◇ 현대오일뱅크, ‘도심 요지’ 주유소 확보하며 2위 껑충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매각을 놓고 SK에너지의 인수 등 여러 가능성들이 거론된 바 있는 가운데, 이처럼 새 주인에 가장 근접한 것은 현대오일뱅크다. 여기엔 각 주체들의 치열한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인수에 적극 나선 현대오일뱅크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인수를 통해 국내 정유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 및 안정적인 입지 확보를 노릴 수 있게 됐다. 특히 경쟁사에 비해 후발주자에 해당하는 현대오일뱅크는 주로 도심 요지에 위치한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를 거머쥐게 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는 최근 적극 추진 중인 주유소의 다양한 사업에 있어서도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쿠팡과 협약을 맺고 주유소 공간의 일부를 쿠팡의 로켓배송의 거점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대오일뱅크는 부수적인 임대수익을 얻고, 쿠팡은 효율적인 물류거점을 확보하는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이에 앞서서도 주유소 공간을 활용해 여성들을 위한 안심 택배함을 운영하거나 스타트업 업체와 제휴해 창고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좋은 입지조건에도 불구하고 활용이 제한적이었던 주유소에 다양한 공유 인프라를 구축하는 변화가 한창이다.

아울러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적극적인 설비투자를 앞세워 석유화학 부문에서 사업다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회사 현대케미칼을 통한 올레핀·폴리올레핀 사업 진출이다. 오는 2021년까지 총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중유 기반 석유화학 공장을 건립한다. 이런 가운데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인수를 통해 기존 사업의 기반도 한층 강화한다면 사업 확장 및 균형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SK네트웍스 사업구조 개편 ‘박차’

반면, 주유소 업계 2위 타이틀을 빼앗기게 된 GS칼텍스는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인수를 통한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는 이미 도심 요지에 주유소를 확보하고 있고,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와 겹치는 곳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최근 주유소의 수익성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그 숫자 또한 점차 줄어드는 추세인 가운데 무리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SK네트웍스의 직영주유소 매각은 최근 수년간 이어져온 사업구조 개편 움직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SK네트웍스는 최신원 회장이 2016년 3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후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돌입한 바 있다. 패션사업과 LPG충전소사업, 유류도매사업을 매각하고 SK매직 및 AJ렌터카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며, 사업구조 개편의 방향성을 홈케어·모빌리티에 두고 있다.

이번 직영주유소 매각을 통해 확보하게 될 1조3,000억원의 자금 역시 사업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이뤄질 인수 또는 재무문제 해소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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