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개방화 전략에 바탕을 둔 인공지능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LG전자가 국내외를 넘나들며 공격적인 행보를 연이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인화’를 강조하던 LG전자가 달라졌다. 국내외를 넘나들며 적극적인 행보를 연이어 보이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결정이 강조됐다는 분석도 있지만,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TV 전쟁’에서 LG전자는 유례없는 강공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LG전자는 삼성 TV 화질이 8K(가로 화수소 약 8,000개)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 한다면서 삼성전자의 QLED 8K TV 신제품을 공개적으로 분해하고 부품을 뜯어냈다.

또 공식 유튜브에는 자사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와 삼성의 QLED TV를 분해해 나란히 비교하며 QLED TV의 단점을 부각했다. 해당 영상에서 LG전자는 “QLED TV는 QD시트와 LED(발광다이오드) 백라이트, LCD 패널 등이 합쳐진 것이기 때문에 QD-LCD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이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전자 QLED TV 광고를 ‘허위 및 과장광고’로 주장하며 신고했다.

‘삼성전자 QLED TV는 자발광을 하는 진정한 의미의 QLED가 아닌 만큼 소비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LG전자의 주장이다. 현재 두 회사는 TV 관련해서 공정위에 맞제소를 한 상태며, 경쟁사의 TV 광고를 지적하며 ‘과장광고’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적극적인 행보는 해외에서도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5일 미국 캘리포니아지방법원에 중국 하이센스를 상대로 TV 관련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LG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지방법원에 하이센스(Hisense)를 상대로 TV 관련 특허침해금지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이센스는 전세계 TV 시장에서 올 상반기 판매량 기준 4위를 차지한 중국 업체로, 저가 LCD(액정표시장치) TV를 무기로 세를 넓히고 있다. 하이센스가 LG전자의 특허를 무단으로 활용해 시장의 존재감을 키웠다는 것이 LG전자의 주장이다.

LG전자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대부분의 하이센스 TV 제품이 LG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보고, 피고에 하이센스 미국법인 및 중국법인을 모두 포함시켰다. LG전자가 침해했다고 보는 기술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개선을 위한 기술, 무선랜(Wi-Fi) 기반으로 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여주는 기술 등 사용자에게 더 편리한 TV 환경을 구현해주는 기술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 9월에도 양문형 냉장고에 채택한 독자 기술인 ‘도어 제빙’ 특허를 침해했다며 독일 뮌헨지방법원에 아르첼릭·베코·그룬디히 등 유럽 가전업체 3곳을 대상으로 특허침해금지소송을 제기해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해당 업체들은 모두 터키 코치그룹 계열사로 터키를 비롯한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생활가전을 판매하고 있다.

LG전자 뿐 아니라 LG의 다른 계열사에서도 이같은 태도 변화가 눈에 띄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4월 전기차 배터리 특허기술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에 제소했다. 이후 양사는 맞소송과 추가 소송,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주고받았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지난해 6월 구 회장이 취임한 이후 LG의 공격적인 행보가 늘었다고 보고 있다. 40대의 젊은 구 회장이 취임하면서 그룹 전체적으로 체질변화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기술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지와 함께 불안정한 시장 상황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라고도 평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의 분위기가 변한 것은 맞다”며 “하지만 이렇게 전선을 계속 확대하면 무리가 생길 수도 있다. 마무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LG전자는 특허 소송은 이전에도 꾸준히 해온 것으로, 그룹 총수가 바뀐 것과 연관 짓는 것은 무리라는 분위기다. 시장질서 교란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연초부터 꾸준히 경고장을 보내 협상을 촉구하고, 소송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이라며 “상대방에게 최소한의 협상 기회를 주려고 시간을 들인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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