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의 전직 이사들이 재직 당시 의사결정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경감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시스
강원랜드의 전직 이사들이 재직 당시 의사결정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경감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재직 시절 부적절한 의사결정으로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짊어지게 됐던 강원랜드 전 이사들의 배상 부담 경감 가능성이 열렸다. ‘방만 사외이사’에 대한 철퇴로 여겨졌던 판결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마침표를 찍게 될지 주목된다.

강원랜드는 2014년 9월 최흥집 전 사장과 김성원 전 부사장, 그리고 전직 사외이사 등 총 9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강원랜드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인 감사원의 지적 및 통보에 따른 조치였다.

당시 기준으로 전·현직 이사였던 이들에 대한 소송 제기의 배경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원랜드는 2012년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오투리조트에 기부금 형태로 150억원을 지원했다. 오투리조트는 태백시가 출자해 운영 중인 곳이었고, 이 같은 지원은 지역사회의 거센 여론 속에 지역사회 측 강원랜드 사외이사 주도로 결정됐다.

이미 과거에도 오투리조트를 지원했다가 모두 손실 처리한 경험이 있었던 강원랜드는 2012년 당시에도 오투리조트의 회생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에 최흥집 전 사장과 김성원 전 부사장은 지원 결정을 내린 이사회에서 기권표를 행사했다. 하지만 12명의 이사 중 지역사회 측 사외이사 등 7명이 찬성표를 던져 지원이 결정됐다.

결과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오투리조트는 이후에도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2014년 법정관리에 돌입해 2016년 부영그룹에 매각됐다. 강원랜드가 건넨 150억원의 지원금도 그렇게 휴지조각이 됐다.

이후 감사원은 오투리조트를 지원하기로 한 강원랜드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며 해당 이사들을 해임하는 한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강원랜드는 소송을 제기했고, 태백시를 중심으로한 지역사회는 거세게 반발하며 대응에 나섰다.

법원의 판단은 감사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2심 재판부 모두 해당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상법이 정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배했다는 취지였다. 지난 5월 내려진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당시 이사회에서 기권표를 행사한 이사에 대해선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의결을 주도한 지역사회 측 사외이사 등 7명의 배상 책임만 인정했다.

이 같은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강원랜드 전직 이사 7명은 30억원의 배상금과 이자 등 27억원을 더해 총 57억원의 배상책임을 지게 됐다. 1인당 8억원이 넘는 상당한 규모였다.

이 사건은 사외이사의 의사결정에 무거운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해당 전직 이사들과 지역사회의 반발은 거셌다. 지역사회를 위해 발 벗고 나섰던 전직 이사들이, 그로 인해 막대한 배상책임을 마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전직 이사들의 경우 태백시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사태 초기부터 공동대응에 나섰던 태백시 등은 ‘이사의 책임경감안’을 의결하는 주주총회 소집을 지난 8월 강원랜드 이사회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법원에 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최근 내려진 법원의 결정은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강원랜드 전직 이사 및 태백시 등은 손해배상 책임을 줄일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게 됐다.

태백시 등은 강원랜드 전직 이사들이 사익을 취하지 않았고 해당 자금이 모두 오투리조트를 위해 지원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손해배상 규모가 지나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열릴 수 있게 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책임경감안’이 통과될 경우, 해당 전직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 규모는 1인당 약 8,0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들게 될 전망이다.

사외이사의 책임 강화라는 의미와 지역사회를 위해 일한 이들에 대한 지나친 책임 떠넘기기라는 지역사회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 사건이 결과적으로 어떻게 마침표를 찍게 될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