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항공사 직원들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공항 보안요원들 마저 손 놓고 보고만 있어서 황당했어요. 저렇게 소리를 지르고 타국인에게 욕설을 하는데 제재를 가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사실에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공항은 안전이 최우선인데 폭력이나 더 큰 소란이 일어나더라도 마찬가지일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어요.”

지난 1일 오전 6시,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있었던 한국인 40대 여성의 난동을 목격한 20대 여성의 말이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업무 차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실수로 수화물 캐리어를 잘못 가져가 다시 바꿔가기 위해 입국장 데스크로 돌아왔다. 이와 동시에 캐리어 주인으로 보이는 한국인 40대 여성이 데스크로 다가오면서 다짜고짜 외국인에게 욕설을 하고 자신의 시간을 뺏은 것에 대한 금전적 요구를 제안했다. 또 항공사 지상직 직원에게까지 고함을 쳤다. 그녀의 폭언과 고성방가에 공항 보안요원이 현장에 왔지만 그들마저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항을 찾는 승객들은 ‘SECURITY’ 글자가 쓰인 검은 조끼를 입은 보안요원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위압감을 발산해 그들 앞에서 범법행위를 저지르면 그 자리에서 제압당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다.

인천국제공항 보안요원들은 대부분이 보안경비업체 소속의 특수경비원이다. 인천국제공항은 ‘국가중요시설’이며 이 중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인 ‘가’급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인천국제공항 관리당국인 인천공항공사는 공항 안전과 직결된 업무를 공권력마저 없는 용역업체에 외주화를 맡긴 것이다. 이들은 문제가 발생했을 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초동대처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위력을 행사해 상해를 입히게 되면 도리어 폭행혐의를 뒤집어 써 민사에 휘말릴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들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공사의 방호 업무 외주화와 더불어 허술한 항공보안법도 이러한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 중 하나다. 항공기 내에서 흡연이나 폭언, 고성방가 등 소란행위를 일으켜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한 운항과 여행을 방해한 사람은 최소 500만원 이하, 최대 3,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3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공항 내에서는 보안검색 업무를 수행 중인 항공보안검색요원이나 보호구역 출입을 통제하는 사람의 업무 방해 행위나 폭행 등을 행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공항 내 폭언과 고성방가는 해당사항이 아니다. 항공기 내 난동 또는 공항 소란행위 등 문제는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기 내에서 일어난 사건에 한해서만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을 뿐 공항에서 발생한 문제는 법적으로 조치할 방도가 없다.

국토교통부와 사법당국은 항공기 내 불법행위 외 공항에서의 고성방가나 난동 등 행위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면서, 보안요원들이 공항 내에서 만이라도 직접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법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항공사 직원들이 기내 또는 공항에서의 불법행위 발견 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바로 조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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