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솜방망이 처벌 지적… 동일범죄 재발 가능성 시사
검찰 “외국인, 집행유예 시 실효성 없어… 다양한 사안 검토한 결과”

몽골 헌법재판소 소장의 기내 성추행 사건에 대해 검찰이 벌금형 700만원 약식기소를 구형했다. /뉴시스
오드바야르 도르지 몽골 헌법재판소 소장의 기내 성추행 사건에 대해 검찰이 벌금형 700만원 약식기소를 구형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기내에서 승무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오드바야르 도르지 몽골 헌법재판소장이 벌금형에 약식기소 돼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러한 지적을 제기하는 누리꾼들은 지난 2017년 논란의 중심에 선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을 거론한다.

약식기소란 검사가 피의자에 대해 징역형이나 금고형보다 벌금형이 마땅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기소와 동시에 공판절차 없이 약식명령만으로 형을 내릴 수 있는 간소한 절차다. 검사는 사건을 약식기소로 할 지, 정식기소로 할 지 사안의 중대성을 판단해 결정한다.

지난 13일, 인천지방검찰청 외사부는 도르지 몽골 헌재소장을 강제추행 및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 했다. 이어 검찰은 도르지 헌재소장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납 받은 뒤 출국 정지 조치를 해제했다.

도르지 몽골 헌재소장은 지난달 31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기내에서 여성 승무원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두 차례 조사를 받았다.

도르지 몽골 헌재소장은 1차 경찰조사에서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지만, 2차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그러한 행동(성추행)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며 사실상 죄를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성범죄자에 대한 약식기소와 출국 정지 해제 조치에 누리꾼들은 분노했다. 그들은 그러면서 지난 2017년 11월 대전에서 있었던 ‘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판결을 거론하기도 했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은 명확한 증거가 없음에도 당시 재판부가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의 일관된 진술과 불명확한 폐쇄회로영상(CCTV)으로 1심에서 ‘징역 6개월’,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를 받은 내국인과 외국인에 대해 법의 잣대가 다르다는 게 누리꾼들의 지적이다. 또 기내에서 승무원을 성추행하는 행위는 승객들의 생명을 지키는 임무를 맡은 이들의 업무 방해 및 항공보안법에 저촉되는 중대범죄다.

한 누리꾼은 “성범죄자에 대해 내국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강력한 처벌을 하는 것에 반해 이번 사건의 피의자 몽골 헌재소장에 대해서는 약식기소를 진행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이러한 ‘고무줄 잣대’는 항공사 승무원의 인권을 사지로 내모는 행위이며 솜방망이 처벌로 보일 수 있어 이 같은 범죄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게시글이 지난 9일 작성됐다. 국민청원에는 “몽골 헌재소장이 자국으로 출국하게 되면 피해를 입은 승무원은 단 한마디의 사과나 보상을 받지 못한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본 사건으로 인해 외국인들의 한국인 대상 범죄율이 높아질까 매우 두렵다”는 내용이 담겼다.

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1,500만원 이하다. 항공보안법 위반은 징역형 없이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선고만 가능하다. 징역형을 구형할 수도 있었지만 벌금형 약식기소로 마무리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인천지검 관계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정식재판 청구 시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도 감안해야하며 만약 이러한 경우 실효성이 없다”며 “검찰 입장에서는 외국인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양형기준과 항공기 안전문제, 면책특권 거짓진술 등을 모두 고려해서 벌금형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국내 양형 기준을 벗어날 수는 없으며 내외국인 차등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이 벌금형 700만원 약식기소를 한 상태이지만 사건 담당 판사(법원)가 정식재판이 필요한 사안이라 판단할 시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현재 몽골대사관으로부터 신원보증서를 받은 상태다. 신원보증서는 재판절차가 진행되면 도르지 몽골 헌재소장이 국내 재판에 출석할 수 있도록 협조한다는 내용이다.

한편, 외국인 성추행 사건에 대해 비슷한 이유로 벌금형 약식기소 처리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헝가리 선수가 클럽에서 한 여성의 신체를 만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강제추행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 된 사건이 그것이다. 헝가리 선수는 보관금 300만원을 사전에 납부한 뒤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됐다.

2016년엔 캄보디아 공무원이 서울 구로구 소재 백화점 인근에서 통역사의 허리를 감싸고 입맞춤을 시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 역시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 됐고, 벌금을 낸 뒤 캄보디아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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