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및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이 구속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뉴시스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및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이 구속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테크놀로지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의 오너일가 3세 조현범 사장이 중대기로에 서게 됐다. 승계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그동안 쌓아온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최악의 위기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는 지난 19일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및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혐의는 배임수재, 업무상 횡령,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등이다. 검찰은 조현범 사장이 하청업체로부터 납품 등을 대가로 5억원 이상을 부당 수취하고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개인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올해 초 국세청의 고발에 의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7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 대해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한 바 있으며, 범죄 혐의가 포착되자 범칙조사로 전환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조현범 사장의 각종 비리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이로써 조현범 사장은 매우 중요한 시기에 중대기로를 마주하게 됐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오너일가는 지난 수년간 3세에 대한 승계작업은 진행해왔다. 3세 경영의 핵심 축은 조양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차남 조현범 사장이었다. 그중에서도 조현범 사장은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맡아왔고, 지난해 대표이사로 올라선 바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차원에서도 조양래 회장이 올해 초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며 3세 경영승계를 마무리 지었고, 지분승계 문제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재계에서는 조현범 사장이 승계작업의 마침표를 앞둔 시점에 중대 위기를 맞게 됐다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가뜩이나 대표이사 취임 이후 실적 하락으로 경영능력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는 가운데, 구속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설사 구속을 면한다하더라도 기소는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기존의 ‘형제경영’ 구도에서 장남 조현식 부회장 쪽으로 승계의 무게중심이 급격히 옮겨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시각에서는 조현범 사장 뿐 아니라 오너일가 전체로 위기가 번져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조현범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신호탄에 불과하며, 이미 국세청에서 상당한 혐의들이 포착된 만큼 조현식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 모두가 재판에 부쳐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비롯해 고액연봉 수령, 근로자 사망 등 숱한 논란에 휩싸여온 바 있다. 오너일가를 향한 혐의가 일파만파 확대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편, 조현범 사장은 1972년생으로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보스턴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3월 한국타이어에 입사했다. 차장으로 입사한 그는 오너일가답게 4년여 만에 임원에 오르는 초고속 승진 행보를 보였다. 200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딸과 결혼해 ‘이명박의 사위’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조현범 사장의 구속 여부가 결정될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21일 열린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