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위기론을 강조하며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뉴시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위기론을 강조하며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한진그룹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급작스럽게 별세한 부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위기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구조조정 등 과감하고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올 들어 부쩍 언론 노출이 많아진 조원태 회장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19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진행했다. 고 조양호 회장을 대신해 ‘2019 밴 플리트’ 상을 수여하기 위해 미국에 들른 차에 기자들과 만나 여러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날 조원태 회장은 ‘위기론’을 강조했다. “있는 것 지키기도 어려운 환경”이라며 “대한항공이 자리 잡으면 전체적으로 정리할 것이 좀 있을 것 같다. 항공운송과 제작, 여행업, 호텔 등이 핵심사업이고, 그 외에는 별로 생각이 없다”고 언급했다. 비핵심사업에 대한 정리를 예고한 것이다. 구조조정 대상 가능성이 있는 사업에 대해선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다”면서도 “이익이 안 나면 버려야한다"라고 재차 의지를 표명했다.

조원태 회장의 위기의식은 내년 경제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에 기반하고 있다. 그는 “내년에 경제가 굉장히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하며, 미중 무역분쟁이나 한일관계 등이 쉽게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년 성수기 걱정을 상당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원태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적자와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여러 계열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및 업계에서는 골프장과 요트마리나를 운영하는 제동레저, 왕산레저개발 등을 비롯해 택배 및 렌터카 사업 등도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년간 반복된 오너일가 관련 논란과 상속세 문제, 그리고 경영권 분쟁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조원태 회장은 우선 “그동안 너무 부끄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 드렸다”며 “금방 신뢰가 회복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것 외엔 딱히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국민에게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다소 논란이 일기도 했던 상속 문제와 관련해 “가족 간 협력을 안 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든 것이며 제가 독식하고자 하는 욕심도 없고 형제들끼리 잘 지내자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밝힌 그는 상속세 납부에 대해선 “지금 많이 어렵다. 1차분까지는 좀 넣었는데, 저는 소득이라도 있지만 다른 사람은 소득도 없어서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는 “우호지분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쉽게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여유를 보였다. ‘백기사’로 여겨진 델타항공에 대해선 “장기적 투자관점이지 우리와 논의한 적 없다”며 “3월이 되면 우호지분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반기를 들지는 않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한진그룹 조직문화 개선 필요성도 언급됐다. 한진그룹 조직문화에 대해 “전체적으로 보수적이며 올드패션 분위기가 있다”고 평가한 그는 “조금 더 젊어질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9월 첫 출근 때 청바지를 입고 출근했는데 직원들이 깜짝 놀라더라. 내년 여름에는 반바지를 입고 출근할 계획”이라며 파격적인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조원태 회장은 국내 항공업계 전반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지나치게 많은 항공사들이 경쟁을 하고 있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대한민국 항공사가 9개인데, 미국도 9개다. 미국의 제일 작은 항공사도 대한항공보다 크다. 소비자 입장에서 싼 가격에 대한 이점 말고는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새주인으로 HDC그룹이 유력해진 것에 대해선 “기존 경쟁 구도가 그대로 갈 것 같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좋아질 테니, 우리도 빨리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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