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용(오른쪽) 국회 부의장이 지난 10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출신 의원 모임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주승용(오른쪽) 국회 부의장이 지난 10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출신 의원 모임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이 창당 1년 9개월여 만에 물리적 분당을 앞둔 가운데,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소속 안철수계 의원 7명의 거취에 당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변혁 유승민계 의원 8명은 내달 탈당이 유력시되나 안철수계 의원들은 변혁 동참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전원 국민의당 출신으로 이뤄진 변혁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 6명은 바른정당 출신으로 구성된 유승민계와 동시 탈당할 가능성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국민의당계로 지역구(광주 광산을) 의원이자 변혁 신당기획단장인 권은희 의원 외에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는 셈이다.

권 의원을 제외한 비례의원들은 정신적 지주인 안철수 전 대표의 의중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인 데다, 변혁의 창당 행보에도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출당 없는 탈당으로 비례의원직을 잃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변혁 신당에 참여할 당위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안 전 대표가 변혁에 찬동하는 메시지를 던지지 않는 한 이들이 변혁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변혁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은 22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탈당은 가능하지 않고 변혁 신당에 참여하고 있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변혁 모임이라는 것은 바른미래당의 창당 정신을 다시한번 재정립하기 위한 비상기구인 것이고 신당과는 별개의 조직"이라며 "따라서 (신당과) 관계 없이 국민의당 비례의원들도 변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권 의원은 창당을 앞둔 중요한 시점인데도 12월에 안 전 대표를 만나러 미국에 가겠다는 목소리를 여러 차례 내왔다. 권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변혁 구성원 모두가 (안 전 대표를 만나러) 미국에 가고 싶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의 명확한 의중을 전해야 안철수계 내에서도 의견 합치를 이룰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기자에게 "(권 의원의) 일방적인 이야기"라며 "안 대표의 결심이 정리가 된 뒤에 가는 것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아직 판단을 안 하고 있는 분께 가봤자 덕담이나 듣고 온다. 결국 안 전 대표가 확신을 가져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변혁 신당은 유승민계 의원 8명 체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 해도 당권파가 안철수계와 다시 손을 잡으려면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관건은 손 대표의 퇴진 시기다. 변혁 안철수계는 기본적으로 손 대표 체제에 깊은 불신을 갖고 있다. 손 대표는 지난 4월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이 10%가 안 되면 사퇴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결과적으로 지켜지지 않았다.

대신 손 대표는 유 전 대표 등 변혁이 탈당하고, 제3지대를 위한 틀을 만든 뒤 명예로운 퇴진을 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다만 그 시점이 첫 번째 약속보다 불명확한 만큼, 변혁 안철수계는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당권파는 변혁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변혁의 창당 행보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을 인지하고 다시 끌어안으려는 수순에 나선 모습이다.

채이배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는 각자 자기 갈 길을 가야 한다"며 "서로 더 상처를 내고 상대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깔끔하게 정리하고 서로 잘 되기를 바라며 응원해야 한다"고 했다.

채 의장은 이어 "바른정당계가 탈당하면 국민의당계는 창당 시절부터 주장해온 다당제와 협치, 개혁을 위한 제3지대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당내에서는 이 같은 채 의장의 발언을 안철수계를 품기 위한 의도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다만 손 대표의 퇴진 시점과 약속에 대해 안철수계 의원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만큼, 이들이 합의점에 도달하는 것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