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승계 위해 부정청탁”… 변호인 측, CJ 손경식 회장 증인신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2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2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삼성그룹 경영승계를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그룹 전 임원들에 대한 파기환송심 두 번째 재판이 22일 열렸다.

이번 재판은 유무죄 판단에 대한 심리절차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양형에 집중하겠다고 한 만큼 삼성의 뇌물 공여가 ‘수동적’ 성격임을 부각시켰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경영 승계 현안이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5분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이 오후 2시부터 진행됨에도 오전 4시부터 방청권 대기를 위한 가방 줄이 길게 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1시 26분쯤 검정색 정장차림에 회색 넥타이를 매고 차에서 내렸다. 이 부회장은 ‘심경이 어떠신가’, ‘특별히 준비한 말이 있느냐’, ‘첫 재판에서 재판장이 주문하신 것에 대해 준비했느냐’는 등의 질문을 뒤로 하고 법원으로 이동했다.

이날 진행된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전 임원들에 대한 파기환송심 두 번째 공판에서 특검 측과 변호인 측은 이날 프레젠테이션(PPT)를 적극 활용하면서 사실관계 등 공소사실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말 구입액 자체가 뇌물에 해당하고 영재센터 지원금도 삼성 경영권 승계 현안과 관련된 부정 청탁 대가로 지급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삼성이 제공한 뇌물 액수는 종전 36억원에서 86억원으로 늘어났다.

특검 측은 이날 공판에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관련 기존 2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 승계작업 부정 청탁을 부정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인정했다”며 유죄를 인정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특검은 “개별 현안과 관련해서도 합병,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방안, 금융지주회사 전환 현안 등은 포괄 현안으로 인정됐던 승계 작업의 핵심이며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이 부회장 승계작업 존재와 관련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검찰 수사 과정을 입증 자료로 제출하겠다”며 “바이오 산업과 관련해 최서원 씨 판결에서 이 부회장 등과 박 전 대통령의 인식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은 자발적인 지원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최씨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 지원과 관련해 기본 입장은 대법원 판결에서 유죄로 인정한 부분을 다투지 않겠다는 것이지만 자발적 의사에 의한 지원 전혀 아니었다는 부분은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항변했다.

변호인 측은 “승마를 지원한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의 질책 때문”이라며 “대통령은 기업 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라서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손경식 CJ그룹 회장, 미국의 웬델 윅스 코닝 회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이 손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기업을 압박한 사례를 들며 삼성의 뇌물 공여가 수동적 성격이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지난해 1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 증언한 바 있다. 당시 증언의 내용은 2013년 박 전 대통령이 이미경 CJ 부회장을 퇴진시키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증언을 통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직접적으로 기업을 압박했기 때문에 뇌물공여 형량을 정할 때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수동적인 뇌물 공여라는 점을 인정받아 2심에서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이 형은 대법원에서 확정된 바 있다.

재판은 약 2시간 45분간 진행됐다. 이날 오후 4시 50분쯤 재판이 끝난 후 법정 밖 복도에서 대기 중인 일반 방청객 일부가 빠져나가지 않아 잠시 혼란을 빚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오후 5시 6분쯤 법정에서 나왔으나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귀가했다. 양형심리가 진행되는 다음 재판은 내달 6일 오후 2시 5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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