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당시 넥센 히어로즈) 시절 염경엽 감독과 김세현의 모습. /뉴시스
키움 히어로즈(당시 넥센 히어로즈) 시절 염경엽 감독과 김세현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꿈꾸다 끝내 고개를 숙였던 ‘염갈량’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이 옛 제자들을 적극 불러 모으고 있다. 경험만큼은 확실한 이들이 스승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염경엽 감독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명장으로 꼽힌다. 선수시절 경력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특유의 야구관과 악착같은 분석으로 명장 대열에 올랐다. 만년 하위팀이던 키움 히어로즈를 강팀으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고, SK 와이번스에서도 단장에 이어 감독으로 좋은 성적을 이끌어오고 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에게도 ‘한’은 있다. 감독으로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단 한번도 차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SK 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당시 그는 단장이었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에도 4년 모두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한국시리즈 무대도 밟았으나 끝내 한국시리즈 우승은 거머쥐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감독으로 복귀한 올 시즌은 더욱 아쉬움이 컸다. SK 와이번스는 시즌 내내 압도적인 성적으로 리그 1위를 달렸고, 외국인 용병투수까지 교체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러나 시즌 막판 극심한 부진 속에 1위 자리를 빼앗겼고, 플레이오프에서는 염경엽 감독의 친정팀인 키움 히어로즈를 만나 완패의 굴욕을 당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염경엽 감독의 스토브리그 행보다. 다른 구단들처럼 전력 재정비로 분주한 가운데, 유독 옛 제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SK 와이번스는 지난 20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기아 타이거즈의 김세현을 지명한데 이어 2라운드에선 롯데 자이언츠의 채태인을 선택했다. 다음날엔 트레이드를 통해 허도환을 KT 위즈로 보내고, 윤석민을 데려왔다.

김세현과 채태인, 윤석민의 공통점은 염경엽 감독이 키움 히어로즈 시절 함께한 선수라는 것이다. 채태인과 윤석민은 당시에도 외부에서 영입된 바 있고, 김세현은 염경엽 감독 시절 마침내 꽃을 피운 케이스였다.

또 다른 공통점은 경험이 풍부하고 특장점이 뚜렷한 베테랑이라는 것이다. 가장 나이가 많은 채태인은 1982년생으로 30대 후반에 접어들었고, 윤석민은 1985년생, 김세현은 1987년생이다. 채태인과 윤석민은 장타력과 결정력을 갖춘 내야수이며, 대타로서 활용성이 높다. 또 김세현은 과거 구위만 회복한다면 불펜에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다. SK 와이번스에게 다소 부족했던 부분들과 맞물린다.

다른 감독들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앞서도 옛 제자 영입에 적극적이었다. SK 와이번스 단장으로 부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성민을 보내는 대신 키움 히어로즈의 김택형을 데려왔다. 이어 2017년 2차 드래프트에서는 역시 키움 히어로즈 소속이던 강지광과 키움 히어로즈 시절 함께한 바 있는 한화 이글스의 허도환을 지명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KBO리그 사상 최초의 ‘3각 트레이드’를 통해 애재자 고종욱을 품기도 했다.

아직 스토브리그가 많이 남아있는 만큼, 옛 제자를 더 데려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SK 와이번스는 김광현이 메이저리그로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전력 보강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염경엽 감독이 옛 제자를 선택한 배경엔 실력도 실력이지만, 누구보다 그 선수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활용법에 대한 자신감이다.

선수들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많은 나이와 떨어진 기량으로 인해 자칫 밀려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을 잘 아는 감독에게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변수가 없진 않다. 체력 및 부상 관리가 중요하고, 슬럼프도 극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을 믿는 감독이 기회를 제공했을 때,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염경엽이 다시 품은 옛 제자들은 그에게 한으로 남아있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완성시켜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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