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아세안 CEO 서밋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한아세안 CEO 서밋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제공

시사위크|부산=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아세안 시장의 문을 본격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한국기업들이 진출해 자리를 잡은 가전, 유통 분야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프라, IT, 바이오, 스마트시티 등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아세안 10개국은 인구는 6억5,000만 명, 경제규모 2조7,000만 달러의 거대시장으로 우리 기업들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지역이다.

25일 한·아세안 CEO서밋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협정문을 타결함으로써 동아시아 무역 네트워크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며 “한국은 아세안의 친구를 넘어서 아세안과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회사를 맡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는 한국과 아세안의 협력을 한층 끌어 올릴 대단히 중요한 계기”라면서 “높아진 대외 불확실성에 직면해 기존 글로벌 가치사슬이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민간 채널을 활용해 교류를 돕고, 관련 산업 발전과 기술 개발 등 아세안의 가치사슬 편입을 돕는 일에 경제단체들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역사적·문화적 공감대 강조

특히 세계적인 투자가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대표는 ‘한반도’의 잠재력에 주목하면서 아세안이 동반성장 가능한 최적의 파트너로 한국을 꼽았다. 로저스 대표는 “일본은 정점을 찍은 뒤 쇠퇴 중인 데 반해 한반도는 북한의 자원·노동력과 남한의 자원·제조업이 결합해 경제 부흥을 이끌 것”이라며 “한반도는 글로벌 교통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에 거주 중인 로저스 대표는 이전에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큰 관심을 보이며 일본이 아닌 한국에 대한 투자 필요성을 국제사회에 설파해왔던 인사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대표가 CEO서밋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제공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대표가 CEO서밋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제공

그간 아세안 시장을 석권해왔던 국가는 일본이었다.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필두로 70년대부터 아세안 진출이 시작됐고,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완성차와 가전 등에서 한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고, 이미 일부 분야에서는 한국에 선두자리를 내준 상태다. 인프라 투자 부분에서는 일대일로를 표방한 중국에 고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표방하며 중국·일본과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 들었다. 구체적인 분야는 기존 자동차·가전에서 나아가 인프라, 바이오, 스마트시티, IT 등이다. 물론 시장을 선점한 일본과 자본력으로 무장한 중국 사이에서 다소 늦은 감도 있지만, 아세안의 반중정서가 적지 않아 한국에 기회가 적지 않으며 높은 기술력은 경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한류문화에 대한 아세안의 호감도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회적으로 이 점을 공략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식민지배와 전쟁을 이겨내고 무역으로 경제구조를 바꿔 성공한 경험이 있다”며 “한국과 아세안은 역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가장 닮았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며 평균연령 29세의 젊은 아세안에게 한국은 믿을만한 최적의 파트너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세안은 한국의 영원한 친구이며 운명공동체”라고 동등한 관계의 ‘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왔다. 한-인니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타결된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상품 부문에서 최혜국 대우를 확보했으며, 시장개방 수준을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 보다 약 13% 포인트 높이게 됐다. 품목기준으로는 일본과 비슷한 규모(일본 93.3%, 한국 93%)이며 철강, 자동차, 합성수지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에 대해서는 일본 보다 더 나은 조건이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인도네시아 수도이전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도 확보했다. 이날 인도네시아와 정상회담을 개최한 문재인 대통령은 “스마트시티 조성 등 한국의 경험이 인도네시아 수도이전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넌지시 제안했고, “한국의 발전된 기술들이 수도이전 사업에 많은 도움을 주길 바란다”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답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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