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인사 단행, 조원태 “이익 나지 않는 사업 정리 생각 있어”
아시아나항공 기내 물품공급 업체·에어부산 거취 등 업계 화두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사건'에서 시작된 시작된 항공사 외국인 임원 문제가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에어인천에서도 불거졌다. <뉴시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형항공사(FSC)에서 구조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항공업계가 공급과잉으로 적자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구조조정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한진그룹은 12월 2일부로 2020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한진그룹의 이번 인사는 조 회장이 취임하고 처음 이뤄지는 인사다.

대한항공의 승진 인사 규모는 사장 1명, 부사장 3명, 전무 6명이다. 세부적으로는 우기홍 부사장을 사장으로, 이승범·하은용·장성현 전무를 부사장으로, 박정우 상무 외 5명을 전무로 승진시켰다.

한진은 서용원 사장이 퇴임하고 후임으로 노삼석 대한항공 전무(화물사업본부장)를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했으며, 류경표 전무를 부사장으로, 주성균·김기업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진에어에서는 오문권 상무(인사재무본부장)를 전무에 임명했다. 한국공항은 강영식 사장이 퇴임했으며 유종석 대한항공 전무(자재부 총괄)를 후임으로 임명했다.

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하 조 회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특파원단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한항공을 주축으로 이를 지원하는 사업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며 “구조조정을 딱히 생각해 본 적은 없으나 이익이 안나면 버려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 내 구조조정을 시사한 것이다. 조 회장이 언급한 대한항공을 지원하는 사업에는 항공운송과 제작, 여행업, 호텔 등이 포함된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의 비용구조 개선 작업은 현재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원태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적자와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여러 계열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이 구조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의 시발점이 이번 2020년 인사 단행이다. 한진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보고체계에서 큰 틀을 다시 짜는 등 과감한 조직 개편을 이뤘다. 사장 이하 임원 직위체계를 기존 6단계(사장·부사장·전무A·전무B·상무·상무보)에서 4단계(사장·부사장·전무·상무)로 축소해 불필요한 결재 단계 간소화했다. 이를 통해 임원수를 20% 이상 감축하고 젊은 인재를 중용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매각에서도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으로 항공운송지원서비스업체 3년 연장 계약을 요구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통해 항공운송지원서비스업을 담당하는 케이에이(KA), 케이에프(KF), 케이오(KO), 케이알(KR) 등 4개 회사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기내 청소 및 담요·이어폰 등 기내물품 공급을 맡고 있다.

해당 조건은 기한을 약정한 바인딩(의무) 조항이다. 그러나 정몽규 HDC 회장(이하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매입을 공식 선언한 뒤 기업이미지(CI) 교체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 이미지 변화와 상반되는 조건이라 정 회장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요를 비롯한 기내 공급물품은 작은 물건이긴 하지만 항공사의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비품으로 손꼽힌다. 이 때문에 경영진에서도 비품 공급업체와 공급물품 등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조항과 관련한 협상에 대해선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이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에어부산의 거취에 대해서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 지으면 에어부산은 지주회사인 HDC의 증손회사가 된다. 이 경우 공정거래법상 HDC 손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100% 보유하거나 아니면 2년 이내 지분을 처분하고 손을 떼야 한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은 지난 12일 HDC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가진 간담회에서 “(에어부산 재매각에 대해선) 계획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후 에어부산의 잔여 지분을 전량 매입할 것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아직 인수가 완료된 시점이 아니라 항공업계 내에서 향후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아시아나그룹 간 협상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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