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8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다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8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다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이 보수진영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연내 창당을 공언한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과 한국당의 보수통합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이다.

변혁은 신당기획단 구성 이후 표면적으로 한국당과의 통합에 선을 긋고 있다. 변혁은 지난 11일 신당기획단 출범 선언문에서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며 "보수통합의 노력은 향후 신당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내용은 당 안팎에서 향후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을 염두에 둔 변혁이 몸값을 올리기 위한 취지로 해석했다.

또한 유승민 의원은 공개 발언을 통해 일찌감치 한국당과 보수통합 조건으로 △탄핵의 강 건너기 △개혁보수 수용 △낡은 집 허물고 새집 짓기 등 3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첫 번째 조건인 '탄핵의 강'부터 김진태 의원 등 친박세력의 거센 반발로 논의는 커녕 후퇴를 거듭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유 의원은 통합보다 연대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이나, 애당초 원내 108석을 보유한 한국당이 8석의 유승민계 변혁 신당을 중심으로 '통합 노력을 한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기도 어려웠다. 변혁 소속 안철수계 비례의원 6명은 신당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 변혁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유 의원은 (한국당과) 합당 생각은 없지만 선거연대 정도는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는 유승민계 8명 의원의 몸값을 한껏 끌어올려야 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변혁은 한국당이 단순히 간판을 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보수 재건을 위한 인적 쇄신과 각고의 자정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며 강경일변도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변혁이 말하는 '개혁보수'를 한국당에 관철시키며 향후 통합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확실한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그러나 황 대표의 8일 간 단식농성이 예상 외로 보수진영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제1야당 대표로서 결기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황 대표는 당 현역 의원 3분의1 컷오프(공천 배제)를 포함해 현역 의원 절반 이상 교체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단식 기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연기가 결정되는 등 행운도 따랐다.

황 대표는 '황제 단식'이라는 비아냥, 108석 중 54석을 갈아엎는 결정으로 불거진 중진들의 반발을 넘어 당 쇄신을 위한 리더십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총선을 5개월 앞둔 상황에서 지지세력의 결집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한국당이 제1보수야당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탄핵의 강을 건너 한국당이라는 헌집을 허물고 개혁보수의 새집을 짓자'는 변혁의 통합 내지 연대는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변혁은 신당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변혁 유승민계 의원들이 수도권과 부산 등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총선을 앞두고 전국 정당으로서 한국당을 능가할 파괴력을 지닐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등 기존 양당체제가 고착화된 정치구조에서 변혁 신당이 가세해 3자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변혁 신당이 민주당 후보를 꺾을 수 있는 한국당의 대안 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성공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그렇다고 변혁 유승민계가 한국당에 개별 복당하는 방식으로 흡수통합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변혁의 한 의원이 사석에서 "이학재 의원처럼 (한국당에) 기어들어가서 공천 받을 생각은 절대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 때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이 의원은 지난해 말 한국당으로 개별 복당한 바 있다.

변혁은 보수 재건을 목표로 하지만, 기성보수정당인 한국당이 쇄신에 필연적으로 실패해야 역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높이고 보수통합 및 연대에 비로소 당력을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변혁의 한 의원은 "유 의원이 제시한 3대 원칙은 적어도 (통합을 위해) 그정도는 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도 "한국당이 스스로 개혁하고 변화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국당을 나올 때도 같은 말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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