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일본 와세다대학교 강연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중재안을 제시했다. /뉴시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본 와세다대학교 강연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중재안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사  일본 현직 정치인이 한일 강제징용 배상 관련, 문희상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화답하고 나섰다.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종료까지 번졌던 강제징용 관련 문제 해법의 물꼬가 트인 셈이다. 피해자들이 중재안에 대해 수용할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일본 자민당 소속 가와무라 다케오 의원은 1일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희상안은) 한일 청구권 협정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징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일 관계를 중시하는 기업 등은 기부에 협력하는데 인색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말 한일정상회담까지) 관련 법안이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카와무라 의원은 집권당 중진의원으로 한일의원연맹 간사직도 맡고 있다.

문희상 의장은 앞서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강제징용 문제 해법으로 한일 양국 기업과 정부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단을 만들어 배상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한일 기업이 기금으로 피해배상을 하고,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한국정부가 책임진다고 해서 이른바 ‘1+1+α’로도 불린다. 여기에는 국민들의 성금도 포함된다.

관련법 발의도 준비 중이다. 기금으로 만들어진 재단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또는 위로금을 지불하면, 대위변제한 것으로 보고 배상책임에서 제외된다는 게 골자다. 법적 성격은 재판상 화해다. 이르면 이달 중순 발의될 예정이다. 하지만 강제징용 문제에 있어 일본정부와 기업의 위법성과 법적 책임이 면제된다는 문제가 있어 시민단체의 반발이 적지 않다.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지난달 27일 국회 앞 기자회견을 통해 “문 의장의 제안에 따르면, 일본 기업은 법적 역사적 책임이 아닌 자발적인 방식으로 돈을 모으고 심지어 그 돈에 한일 기업과 국민의 돈까지 교묘히 섞이게 된다”며 “가해의 역사를 청산하는 게 아니라 외교적 갈등을 만들 여지가 있는 피해자를 청산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꼬집었다.

문희상안에 반대하는 국민청원도 1일 등장했다. 청원인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다. 그저 돈 몇 푼을 얻자고 피해자 분들이 외로운 싸움을 이어왔다고 생각하느냐”며 “피해자 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의 진정한 사과”라고 했다. 해당 청원은 2일 기준 1만1,541명의 서명을 받았다.

청와대는 ‘피해자 의사가 우선’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취하며 ‘문희상안’과 일정부분 선을 긋고 있다. 다만 문희상안이 여야합의로 국회에서 처리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까지 불사하는 정도의 강경반대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한일 관계개선 차원에서 국회에서 방안을 마련해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희상안’과 관련해 “강제징용 문제를 풀기 위한 국민적 관심도도 굉장히 높고 이 방안을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각계각층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문 의장의) 아이디어이고, 정부와 조율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의 의견을 먼저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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