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합병된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합병된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져온 국내 배달업계에 ‘빅뱅’이 일어났다. ‘2강’으로서 업계를 주도해온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한솥밥을 먹게 된 것이다.

배달업계의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높다는 점과 업계 1위가 업계 2위 품으로 향하게 됐다는 점, 그리고 국내 인터넷기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점 등 여러모로 큰 관심을 끄는 M&A다.

다만, 이를 향한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상황에 선제 대응하며 더 큰 무대로 나서게 됐다는 평가 및 기대도 나오지만, 독과점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작지 않다.

◇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한솥밥? ‘깜짝 M&A'

그야말로 깜짝 발표였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3일 딜리버리히어로와의 인수·합병을 전격 발표했다. 독일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는 한국법인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를 통해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1위, 요기요가 2위를 달리고 있었으며, 합해서 약 9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배달앱까지 합치면 이들의 점유율은 거의 100%에 육박한다.

인수·합병 방식도 눈길을 끌었다. 업계 1위이자 국내 배달업계를 선도해온 배달의민족이 업계 2위인 요기요 측 품으로 향한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보유한 우아한형제들 지분 87%를 딜리버리히어로가 인수하는 것이다. 총 매각금액은 40억달러, 약 4조7,500억원에 이른다. 이는 국내 인터넷기업 중 역대 최대 규모 ‘몸값’에 해당한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각에선 ‘배달의민족이 게르만민족이 됐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게르만민족입니다’와 같은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토종 스타트업이 너무 쉽게 외국 자본에 넘어간 것 아니냐는 아쉬운 목소리도 상당했다.

하지만 이번 M&A는 단순히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집어삼키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다. 인수보단 ‘전략적 합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는 것이 본질에 더 가깝다.

국내외 투자사들이 보유한 우아한형제들 지분 87% 외에 김봉진 대표 등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 중인 지분 13%는 딜리버리히어로 지분으로 전환된다. 딜리버리히어로의 현재 기업가치 및 이번에 우아한형제들에 책정된 기업가치를 따져봤을 때, 김봉진 대표 측은 4% 이상의 딜리버리히어로 지분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딜리버리히어로 경영진 중 가장 많은 지분에 해당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다. 김봉진 대표는 3명으로 구성될 딜리버리히어로 글로벌 자문위원회에 합류해 주요 의사결정을 함께한다. 또한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은 싱가포르에 ‘우아DH아시아’를 합작 설립한다. 우아DH아시아는 향후 아시아지역 배달시장 진출의 첨병 역할을 할 곳이다. 김봉진 대표는 이 우아DH아시아의 회장을 맡아 아시아시장 공략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인수·합병과 함께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은 우아DH아시아를 합작 설립해 아시아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우아한형제들
인수·합병과 함께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은 우아DH아시아를 합작 설립해 아시아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우아한형제들

◇ 글로벌 배달업계 전쟁에 참전… 아시아공략 첨병 역할 기대

이 같은 M&A ‘결단’은 국내외 배달업계의 급변하는 상황에 발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배달의민족이 선도해온 국내 배달업계는 후발주자들의 도전이 거세다. 이미 요기요의 견제가 상당한 가운데, 막강한 자본 및 기반을 갖춘 쿠팡과 카카오 등도 참전하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중이었다.

동시에 글로벌 배달업계에서는 활발한 인수·합병 속에 각 업체들의 세모으기가 한창이다. 크게 내스퍼스 계열과 저스트잇 계열, 비전펀드 계열의 삼파전으로 압축되고 있으며, 배달의민족은 이번 M&A를 통해 내스퍼스 계열에 합류하게 됐다.

이미 과거부터 M&A 교감을 형성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만남은 이러한 시장 상황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실제 우아한형제들 측은 M&A를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최근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사와 국내 대형 IT플랫폼 등의 잇단 진출에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고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쿠팡과 카카오를 사실상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시너지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배달 공화국’이다. 높은 인구밀도와 ‘빨리빨리 문화’ 속에 오래 전부터 배달문화가 형성 및 발전해왔고, 배달앱 등장 이후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국내에서 쌓인 각종 노하우와 다양한 시도는 해외시장 공략에 상당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더욱 막강한 자금력과 규모를 확보하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되는 글로벌 배달업계에서 우리나라 기업인 및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다는 점은 의미가 상당하다. 한 업계관계자는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머뭇거리다가는 시류에 뒤처지게 된다”며 “빠르고 전략적인 판단으로 글로벌시장에서 중요한 ‘플레이어’가 됐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대목”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의 인수·합병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상당하다. 특히 라이더유니온은 배달노동자들의 보호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며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뉴시스
두 회사의 인수·합병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상당하다. 특히 라이더유니온은 배달노동자들의 보호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며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뉴시스

◇ 더욱 공고해질 우월적 지위… 공정위 심사도 ‘중대관문’

하지만 긍정적인 평가와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가장 큰 우려는 독과점에 대한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자영업자들이 배달앱에 종속되는 현상 등 구조적인 문제와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M&A로 사실상 시장 점유율 100%가 한 곳으로 쏠리게 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 더욱 공고해질 우월적 지위가 결과적으로는 자영업자 및 소비자들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며,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해당 기업의 뿌리가 해외로 옮겨가면서, 국부유출에 대란 우려는 물론 향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법 적용이 무척 복잡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른바 ‘라이더’라 불리는 배달종사자들 측에선 보다 직접적인 목소리도 포착된다. 배달노동자들이 결성한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은 M&A 소식이 전해진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라이더유니온은 “라이더들은 일방적인 근무조건 변경을 일삼는 두 회사의 통합이 라이더들에게 피해를 줄까 두려워한다”며 라이더 보호대책 마련, 배달단가 인상, 근무조건 변경 시 노조 및 라이더 동의 등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이번 M&A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지니게 되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만큼, 공정위의 기업결함 심사를 통과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대형 IT플랫폼들의 도전에 맞서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라는 배민의 경영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배달앱 업계가 서비스 품질 경쟁에 나서면 장기적으로 소비자, 음식점주, 라이더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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