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을 제작하는 것 뿐 아니라 '사용'만 해도 처벌 받는다는 재판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 없는 것으로 한 경찰서에서 대포폰을 압수한 뒤 진열하는 모습. / 뉴시스
대포폰을 제작하는 것 뿐 아니라 '사용'만 해도 처벌 받는다는 재판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 없는 것으로 한 경찰서에서 대포폰을 압수한 뒤 진열하는 모습. / 뉴시스

대한민국은 법에 의해 통치하는 나라다. 법을 잘 알지 못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모든 법령을 다 알 수는 없다. 2019년 12월 2일 기준, 한국에 공포된 법령은 모두 7만 4,349건이다. 이 가운데 실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한 법령 적용 사례만 알아도 ‘처벌 받을 일’은 줄어들 수 있다. 실생활에서 법령이 필요한 순간을 대비해보자. [편집자주]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전우치(41)는 신용불량자다. 20대부터 직장 생활을 시작했지만, ‘노는 게 좋아서’ 저축보다 돈 쓰는 데 집중했다. 그러다 걷잡을 수 없이 빚이 늘어났고, 결국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 기존에 사용하던 핸드폰도 요금 미납으로 끊겼다.

그러나 그는 핸드폰 없이 살기 힘든 사람이었고, 결국 인터넷 검색에서 ‘대포폰 구매’ 방법까지 찾아냈다. 대포폰이라면 신용불량자도 사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우치는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한 업자로부터 대포폰을 샀다.

한동안 핸드폰이 없던 우치는 대포폰을 마련하자마자 그동안 연락이 끊긴 사람들과 만나 놀기 시작했다. 놀기 위해 돈도 벌어야 했기에, 종종 대리운전 기사 일도 했다. 비록 대포폰이지만 통화가 가능해 공사장 일 대신 대리운전 기사를 선택할 수 있었다.

문제는 우치가 사용한 대포폰을 제작한 업자가 보이스 피싱 사기에 연루되면서 생겼다. 우치는 대포폰 제작 업자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대포폰 구매 기록’이 밝혀졌고,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형까지 선고받았다.

우치는 ‘전기통신사업법 32조의4 1항 1호'에서 ’자금을 제공·융통해주는 조건으로 타인 명의로 이동통신단말장치를 개통해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자기가 개통한 대포폰이 아닌 만큼 처벌할 수 없다”고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을 담당한 법원 판단은 달랐다. 우치가 언급한 조항이 ‘이동통신단말장치 부정이용 방지 등’인 점으로 볼 때 ‘이용’에 초점을 두고 있고, 법 문언상으로도 ‘반드시 개통을 스스로 해야 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법원은 이와 유사한 사례로 타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유통시키면서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고 대포폰을 사용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기소된 김모(41)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최근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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