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과 함께 김포공항에 나타난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 /뉴시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과 함께 김포공항에 나타난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7일 오후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일본으로 출국했다. 북한과의 접촉이나 만남은 따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 나은 길을 찾아보자”며 북한에 유화적 메시지를 보냈으나 북한이 거절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북한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 비건 특별대표는 일단 말을 아끼고 있다. 전날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함께 공항에 나타난 비건 대표는 북한과의 접촉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입을 굳게 닫았다. 하지만 비건 대표의 스케쥴 상 북한과의 접촉할 시간이 없었다는 게 지배적인 판단이다.

실제 17일 오전 비건 특별대표는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를 만났고, 또 관계기관 등을 방문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찬은 켄트 헤슈테트 스웨덴 외교부 한반도 특사와 함께 했으며 이후 연세대에서 비공개 특강을 했다. 공항에 나타난 시각이 오후 3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도저히 북한과 접촉할 시간표가 나오지 않는다는 계산이 선다.

북한의 접촉 요청 거절은 이른바 ‘새로운 계산법’을 미국에 더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비건 특별대표는 “북한과의 대화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면서 “북미협상을 완수하자. 미국과 북한은 더 나은 길로 나아갈 능력이 있다”고 했다. 북한이 내세운 ‘새로운 길’이 아닌 ‘더 나은 길’을 제안한 셈이다. 하지만 북한이 반응을 내놓지 않으면서 거절한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일정을 마친 비건 특별대표는 19일까지 일본에 머무른 뒤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북한과의 직접 대화와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상황에서 대북제제 공조 등을 강화하는데 주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협상궤도에서 이탈 조짐을 보이자 도발억제를 위해 주변국 압박에 나섰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는 17일(현지시각) “북한에 대한 국제 사회의 단결을 유지할 필요를 논의하기 위해 19일부터 20일까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당국자들을 만날 것”이라며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을 촉구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현재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해놓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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