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핀 소드, 폭언‧폭행으로 고발 접수… 김 감독 “피해자는 나”
수사기관 재수사 의뢰한 라코‧협회… 업계선 “터질 일 터졌다”

선수 이적 문제로 홍역을 치뤘던 e스포츠업계가 이번에는 선수단을 향한 폭언폭행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올해 열린 LoL 월드 챔피언십 모습. /라이엇 게임즈
선수 이적 문제로 홍역을 치뤘던 e스포츠업계가 이번에는 선수단을 향한 폭언‧폭행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올해 열린 LoL 월드 챔피언십 모습. /라이엇 게임즈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승승장구하던 국내 e스포츠업계가 이번에는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소속 선수를 향한 폭언‧폭행으로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선수 이적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단의 인권을 보호할 수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논란이 해를 넘길 전망이다.

이번 논란은 LoL e스포츠팀 그리핀의 ‘소드’ 최성원 선수측이 지난 16일 김대호 DRX 감독을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소드의 아버지 A 씨는 김 감독이 중요한 경기가 많아질수록 어깨를 때리는 등의 폭행을 가하고 “역겹다”, “죽여버리겠다” 등의 폭언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월 개최된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도 김 감독의 폭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조규남 전 대표와 변영섭 코치가 인터뷰를 통해 김 감독의 폭행‧폭언을 언급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 감독은 자신의 개인 채널을 통해 소드 측과 인터뷰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그는 오히려 소드 선수로부터 심한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며 “그리핀 감독으로 있을 때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왜 나간 직후에 문제를 제기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내가 억울한 부분을 억울하다고 할 뿐”이라며 “내가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안했다고 해야 하지 않나. 나는 조 전 대표와 김동우 단장의 사퇴, 그리핀 ‘카나비’ 선수가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 방송을 켰다”고 말했다.

이들의 갈등은 그리핀 소속이었던 카나비 서진혁 선수의 이적 문제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10월 김 감독은 조 대표가 협박을 통해 카나비 선수의 이적 계약 체결을 강요하고 이적료를 받아냈다고 폭로했다. 

이와 관련해 롤드컵을 주관하는 라이엇 게임즈과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협회)는 이들 논란에 대해 지난달 2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신뢰에 한계가 있었음을 느꼈다. 저희의 부족함을 되돌아보고 이런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수사기관에 재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또한 수사기관의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의 징계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하고 내년 1분기, 늦어도 상반기 안에는 관련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카나비 선수의 이적 문제에 따른 불공정 계약 관련 조치를 논의하던 중 소드 선수와 김 감독의 폭언‧폭행 논란이 불거져 ‘공정성 확보 및 선수권익보호를 위한 후속조치’에 ‘프로팀 대상 폭언 및 폭력 예방 교육’ 조치만 포함됐을 뿐 선수단 보호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다. 

현역 e스포츠 선수‧감독‧구단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지자 업계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타 스포츠 종목에서처럼 선수와 감독, 감독과 구단, 구단과 선수 간의 갈등을 덮으려고만 하다 일을 키웠다는 주장이다.

한국의 경우 글로벌 무대에서 많은 주목을 받는 구단들이 포진해있음에도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한 조항 등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비판의 대상에 올랐다. 특히 종목 특성상 미성년자 선수들이 많음에도 게임사와 협회가 폭언‧폭행 문제를 가볍게 판단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라이엇 게임즈는 그리핀을 제외한 다른 구단에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선수가 있는지 등 전수 조사를 따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협회에서도 제보를 할 수 있는 수단만 마련해놨을 뿐 별다른 움직임을 취하진 않고 있다.

그러면서 20년 동안 한국의 e스포츠가 성장하는 동안 게임사와 협회가 미성년자 선수들의 보호 수단을 마련하려는 시도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e스포츠 역사가 짧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단 보호에 대한 규정이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미성년자 선수들은 감독과 구단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고 이를 주관하는 게임사와 협회가 규정을 만드는데 적극 나서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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