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며칠 전 기자는 근 몇 년 사이 손에 꼽을 만한 뜻 깊은 경험을 했다. 이맘때쯤이면 거리에 등장해 연말임을 실감케 하는 구세군으로 하루 변신을 해 본 것이다.

명동에서 구세군 사관학생들과 함께 한 하루는 기자로 하여금 많은 것들을 느끼게 했다. 요즘 들어 부쩍 물질적인 가치에만 매몰돼 가는 게 아닌가라는 고민이 커지던 시점에서 삶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구세군이 되기로 마음먹은 계기를 묻는 질문에 한 사관학생이 내놓은 답변은 기자로 하여금 동공확장을 불러왔다. “세상에 도움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어려운 가정환경 등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한 달 서 있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하는 학생의 눈에는 순간 눈물이 들어차고 있었다.

사회에서 언어치료사로 일한 이력이 있는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학생의 얼굴을 바라보며 기자는 ‘세상에 이런 사람이 실제로 있구나’라는 놀라움과 뭉클함으로 가슴 속이 휘몰아쳤다.

아직 20대 중반에 불과한 사관학생을 바라보며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사회 경험이 쌓여 갈수록 기자는 ‘다 그런 거 아니겠어’라며 시시한 어른이 돼 가고 있는 중이었다. ‘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겠다’라는 생각은 학창시절의 치기어린 다짐쯤으로 치부하며 세상과의 타협을 합리화했다.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관념을 사치로 여기며 물질적인 가치에 대한 의존도를 키워가고 있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었다.

물론 그의 만남이 계기가 돼 속세의 삶을 떠나 종교에 귀의하지는 않을 거다. 자원봉사와 기부를 생활화하는 좋은 사람이 될 일도 없을 거 같다. 하지만 사관학생은, 인간이란 존재에 종종 회의감을 느끼는 기자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잔뜩 불어넣어 줬다. 인간이란 존재가 꼭 이기심만 가득 찬 건 아니며, 사회에는 사랑과 희망이 존재한다는 걸 다시금 일깨워졌다. (클리쉐 같은 얘기 같아도 어쩔 수 없다.)

사관학생과의 만남은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큰 힘이 될 거 같다. 어려움에 직면해 비관주의와 염세주의가 피어오를 때 사관학생을 떠올리며 생각을 바로잡으려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명동 한복판에서 추위에 떨고 있을 사관학생들에게 이 글을 빌어 응원의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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