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국내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을 품게 됐다./그래픽=김상석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경영권을 가져올 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가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아시아나그룹 간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사의 입장 차이로 마찰을 빚어 협상이 지지부진하는 듯 했지만 하나씩 극적인 타결을 이뤄내 아시아나항공 연내 매각에 큰 차질은 없어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연내 성사되면 내년부터는 HDC현대산업개발 체제 하에서 사업을 이어나간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을 등에 업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988년 2월 17일, 서울항공으로 설립됐으며, 같은 해 8월 11일 사명을 현재의 아시아나항공으로 변경했다. 이후 1988년 12월 보잉 737-400 기종을 도입해 김포~광주·부산 노선에 첫 취항했다. 이후 사세를 키워나가 현재는 보유 항공기 83대와 운휴노선을 모두 포함해 국내선 11개 노선, 국제선 72개 노선으로 총 83개 노선에 운항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성장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2007년 탄탄했던 재무상태… ‘방만한 경영’으로 추락

지금의 아시아나항공 재무상태는 ‘최악’ 그 자체다. 지난 3분기 연결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총 9조7,681억원이며 자본은 1조2,096억원으로, 부채비율이 808%에 달한다. 최근 4분기 연속 순손실을 기록해 결손금이 대폭 누적된 탓이다. 특히 지난 7월부터 ‘보이콧 재팬’ 여파와 국제선 노선의 공급 과잉으로 탑승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적자의 늪에 빠졌다. 환율 상승도 적자 폭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7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도 영업이익은 단 282억원에 불과했으며, 1,959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를 시작으로 올해 3분기까지 순손실만을 기록하고 있다.

추락을 거듭하는 아시아나항공도 한때 재무상태가 양호한 시기도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06년과 2007년, 부채비율이 각각 300%, 289%로 재무건전성이 최고수준에 달했다. 2006년 매출액은 3조6,469억원, 영업이익 1,428억원, 당기순이익 1,306억원을 기록했다. 2007년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도 각각 3조8,813억원, 1,901억원, 1,014억원으로 성장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사세 확장을 위해 지난 2006년과 2008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연이어 인수하는 등 무리수를 뒀다. 특히 대우건설 인수 비용 6조4,255억원원에 달하는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미래에셋 등 여러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렸다.

박삼구 전 회장은 당시 자금마련을 위해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만약에 대우건설 주가가 오르지 않아 손해를 보면 사전에 약속한 가격에 주식을 사주겠다는 일명 풋백옵션 계약을 맺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국내외 건설시장이 침체기에 빠져 주가가 급락했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약속대로 주식을 되사줘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당시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결국 2008년 미래에셋을 포함한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대우건설 풋백옵션을 보통주로 바꿔주는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은 금호산업 지분 11.69%를 확보해 금호산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러한 문제가 있었음에도 박삼구 전 회장은 2008년 초 대한통운을 인수했다. 대한통운 인수대금은 4조1,040억원에 달했다.

무차별적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한 박삼구 전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위기를 맞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맞아 수차례 증자와 감자를 반복했다. 이는 그룹 계열사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2008년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비율이 681%까지 치솟았다. 전년 부채비율이 289%인 것을 감안하면 나락으로 추락한 꼴이다.

이러한 모습에 미래에셋은 금호산업 최대주주 지위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 정상화를 요구했고, 그 일환으로 주요 계열사 매각을 제안하는 등 그룹 전체가 흔들렸다.

그 결과 2009년 12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자율협약으로 채권단의 관리를 받게 된다. 6조원 이상을 들여 인수한 대우건설도 투자자들과 약속했던 풋백옵션을 지키지 못해 시장에 다시 내놓았다. 

무리한 인수라고 꾸준히 지적되던 대한통운 역시 2011년 재매각했다.

국내 최초 포르투갈 리스본 직항편에 투입될 아시아나항공의 A350 항공기. /아시아나항공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자리를 비운 지난 2010년, 아시아나항공은 역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아시아나항공

◇ 2010년 아시아나, 역대 최고의 한 해

지난 2009년 자율협약으로 채권단의 관리를 받게 된 아시아나항공은 2010년 역대 최고 한 해를 보냈다. 2010년 아시아나항공은 연결기준 매출액 5조2,850억원, 영업이익 5,505억원, 당기순이익 862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2010년 영업이익은 아직까지 넘어서지 못한 역대 최고 기록이다.

영업이익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에게 조금은 특별한 한 해였다. 2010년 아시아나항공은 세계의 내로라하는 항공사를 제치고 스카이트랙스가 뽑은 세계 최고 항공사로 선정됐다. 이 순위는 스카이트랙스나 항공사가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닌 실제 탑승객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선정한다. 스카이트랙스 선정 세계 최고 항공사 1위는 국내 경쟁사인 대한항공도 여태 단 한 번도 이루지 못했다.

이 기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家 ‘형제의 난’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이번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기대를 걸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제일 먼저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이 투자한 신주 매입대금 2조원이 수혈되면 자본금이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 경우 800% 이상에 달하는 부채비율이 300% 이하로 떨어진다.

부채비율이 낮아지면 회사채 신용등급이 올라 자금조달이 원활해지는 등 숨통이 트이게 된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달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2조원 이상 증자하면 부채비율은 300% 미만으로 내려갈 것”이라며 “이는 국내에서 상당히 경쟁력 있는 구조”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의미다. 이를 바탕으로 신규 항공기 도입과 노선확대 등 공격적인 사업이 가능해진다. 경영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맺은 미래에셋그룹의 움직임도 아시아나항공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래에셋그룹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항공기 리스 사업에 뛰어든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캐피탈 등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은 싱가포르에 항공기 리스 업체를 설립하기 위해 준비에 착수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은 항공기 리스 계약으로 연간 5,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또 좌석 당 리스비용을 따져봤을 때 타 항공사에 비해 아시아나항공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래에셋그룹이 신규 리스사를 설립해 항공기를 공급하면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는 리스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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