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음료와 주류 부문을 통합한 단일 대표 체제로 복귀를 선언한 롯데칠성음료가 주류 부문의 부진을 씻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에 따라 투명 페트병으로 교체된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 뉴시스
3년 만에 음료와 주류 부문을 통합한 단일 대표 체제로 복귀를 선언한 롯데칠성음료가 주류 부문의 부진을 씻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에 따라 투명 페트병으로 교체된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3년 만에 단일 대표 체제로 회귀한 롯데칠성음료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전공’ 분야까지 도맡게 된 이영구 대표가 주류 부문을 위기에서 구해내라는 그룹의 특명을 완수할 수 있을지를 놓고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음료 의존도 심화… ‘비주류’ 전락하는 주류

롯데칠성음료가 단일 대표 체제로 전환된다. 롯데그룹은 올해 임원 인사를 통해 이영구 음료BG 대표를 통합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양 축인 주류BG를 총괄하던 김태환 대표는 9개월 만에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롯데칠성음료가 단일 대표 체제로 운영되는 건 3년 만이다. 롯데주류와 합병이 이뤄진 2011년부터 5년 간 이재혁 대표를 ‘원톱’으로 내세웠던 롯데는 2017년 ‘투톱’ 체제를 도입했다. 음료와 주류를 각각 총괄하는 자리에 롯데맨인 당시 이영구 전무와 두산주류 출신의 김종훈 전무를 배정했다.

김종훈 전무를 이어 올해 3월부터 주류BG 총 책임자로 나선 김태환 대표가 단명에 그친 건 실적 악화의 책임이 크다. 롯데칠성음료의 판매 품목 가운데 전년 보다 매출액이 감소한 건 주류가 유일하다 시피하다. 올해 3분기까지 주스를 제외하고 탄산음료와 커피, 먹는샘물 등 음료 제품들은 매출액이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3분기까지 5,67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주류는 올해 동기 5,626억원의 실적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주류의 핵심 주종인 소주와 맥주 모두 대외적 돌발 악재와 경쟁사의 신제품 등장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처음처럼’은 일본과 관련이 깊다는 소문이 인터넷상에서 번지면서 반일 운동에 직면했고, ‘클라우드’는 하이트진로 ‘테라’의 돌풍 속에서 조용한 한 해를 보내야 했다.

◇ ‘음료통’에 주류까지… 분수령 맞는 롯데칠성

주류 부문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음료가 선전하면서 롯데칠성음료의 전체 실적은 증가했다. 올해 3분기 개별기준 누적 매출(1조8,385억원)이 전년 보다 3% 늘면서 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음료와 주류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어 마냥 축배를 들 상황만은 아니다. 2017년 66.5%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던 음료는 지난해 67%로 오른 뒤 올해 3분기 70%대에 진입했다. 반대로 주류 부문은 30%대에 겨우 턱걸이 해 자칫 ‘비주류’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다.

롯데는 이영구 대표가 롯데칠성의 음료 의존도를 낮출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7년 음료BG 대표에 선임 된 뒤 꾸준히 음료 실적을 개선시키고 있는 이 대표의 경영 능력이 주류에서도 발휘되기를 기대하며 그에게 전권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2017년 주춤했던 음료 실적은 이 대표 취임 뒤 상승 기세를 타며 주류와 엇갈린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다만 한켠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단일 대표체제가 의사결정 등 일부 측면에서 경영 효율화를 이끌어 낼 수 있지만, 전문성에서는 약점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업 방식뿐만 아니라 시장 상황이 상인한 주류를 ‘음료통’인 이영구 대표가 컨트롤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레드오션인 음료 시장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온 경영인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결국 주류 경험이 부족한 경영인을 보좌해야 하는 롯데맨들의 능력에 인사의 성패가 달려 있을 것”이라면서 “피츠의 경우를 제외하며 내부 보다는 외부의 영향이 컸다는 건 고무적인 부분이다. 아무튼 내년이 롯데칠성의 분수령이 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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