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신경전'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번에는 'HDMI 2.1 인증'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글로벌 TV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승부를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번에는 ‘HDMI 2.1 인증’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내년 1월 7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0’에서 8K TV 진검 승부를 벌일 양사가 기선 제압을 위한 전초전을 치르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지난 25일 업계 최초로 8K HDMI 2.1 영상 규격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인증은 HDMI 표준을 담당하는 HDMI 협회가 공식 인정한 HDMI인증센터를 통해 이뤄진 것이다. 이번에 인증을 받은 버전은 4K 영상은 초당 120장, 8K 영상은 초당 60장 재생할 수 있다.

HDMI 2.1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영상·음향 신호 전달속도가 향상됐다는 의미다. 예컨대 콘솔 게임기나 블루레이 플레이어 등과 8K TV를 최신 버전의 HDMI 2.1 케이블로 연결하면 데이터의 열화 없이 선명하고 끊김 없는 화면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에 출시될 신제품에도 HDMI 2.1 인증을 적용하는 것은 물론 8K 생태계 확장을 위해 소비자들에게 더 실감나고 다이내믹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인증 획득 시기는 이달로 알려졌다.

반면 LG전자 측은 해당 영상 규격은 이미 LG전자의 8K TV 전 모델에 적용돼 있는데다, LG도 같은 인증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측에서 ‘업계 최초’라고 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양사의 8K TV 관련 공방은 지난 9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 시작됐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TV가 국제기구의 화질선명도(CM)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고, 이에 삼성전자가 ‘CM값은 화질을 결정하는 수많은 요소 중 하나’라며 맞섰다. 

하지만 LG전자의 8K TV가 CES를 주관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에서 ‘8K UHD(초고화질) TV’ 인증을 받게 됐다. 세부 요건은 화소수 3300만개, CM(화질선명도)값 50% 이상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주장에 다소 힘이 실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HDMI 2.1 인증’으로 선공을 가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같이 양사가 물러서지 않고 ‘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8K TV 시장 선점을 위해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내년 8K TV 출하량이 32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8K TV 시장의 본격 확대와 CES 2020을 앞두고 양사가 전초전을 벌인 것이다.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8K TV 시장의 85% 가량 점유해 초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G전자는 이에 맞서 CES 2020을 기점으로 8K TV 제품을 본격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광저우 공장 가동이 궤도에 오르면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출하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이같은 신경전도 CES 2020에서는 잠시 잦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CES를 주관하는 CTA는 전시 참가 업체들의 경쟁업체와 상호 비방이나 비교전시를 금지했다. 상호 비방 금지 조항 계약에 따른 것이다. 지난 9월 IFA 2019에서는 LG전자가 전시장에 화질을 비교 시연하는 코너를 만든 바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