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범죄의 원인, ‘관음증’과 ‘성적 가학증’
도박과 유사한 중독성… 재발가능성 농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누군가는 몰래 촬영하고, 누군가는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온라인 공간으로 퍼지는 젠더 폭력.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성범죄’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는 생각보다 자주, 많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 무엇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현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편집자주]

지금도 몰카 범죄자들은 깨끗한 가면 뒤에 숨어 비열한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서울남부지검은 29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혐의로 김성준 전 SBS 앵커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전 앵커는 지난 7월 3일 서울 영등포구청역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여성의 하체를 몰래 촬영하다 신고에 의해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지난 3월엔 가수 승리가 운영하는 클럽 ‘버닝썬’이 마약 유통, 성폭행ㆍ섬매매, 탈세, 유흥업소와 경찰 간 유착, 뇌물 등의 범죄 의혹을 받던 도중 ‘몰카 공유 카톡방’의 존재가 폭로됐다. 

가수 정준영, 승리, 최종훈 등 유명 연예인들이 참여한 단체 카톡방에서 수많은 여성들의 불법촬영물이 공유됐다. 특히 가장 많은 불법촬영물을 유포한 정준영은 지난 11월 말 가수 정준영이 집단 성폭행 및 불법촬영 영상물 유포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아울러 부산의 한 대학병원 전문의가 간호사 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다 적발됐으며 지난 19일에는 유명 인터넷 방송 BJ가 공중화장실에서 불법촬영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BJ는 2017년부터 지난 2년간 공중화장실 등에서 여성 신체를 불법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처럼 몰카 범죄자로 의심하기 힘든 사람들까지 몰카 범죄자로 전락하고 있다. 왜 그들은 상대방을 몰래 촬영하고 공유하며 피해자를 고통에 몰아넣는 것일까.

◇ 몰카 범죄의 원인, ‘관음증’과 ‘성적 가학증’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성행위가 아닌 더 큰 자극을 추구해 몰카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몰카 촬영이 주는 스릴, 상대방을 몰래 지켜보고 있다는 성취감 등의 자극에 중독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관음증’은 몰카 범죄 발생의 주 원인 중 하나다. 관음증은 타인의 나체 혹은 성행위 등을 몰래 지켜보며 성적 만족감을 느끼는 성도착증의 한 종류를 말한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관음증 환자의 경우 성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더 자극적인 쾌감을 느끼기 위해 몰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며 “더 나아가 자신이 상대방과 성행위 장면을 촬영하는 경우 일종의 전리품, 기념품 등처럼 수집하려는 심리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손석한 전문의는 유명인 혹은 사회 고위층들이 몰카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에 대해 사회적 지위와는 큰 상관은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사회 고위층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불법 성매매 등을 자주 접하게 된다면 자극에 무뎌져 몰카에 빠질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성적 가학증’ 역시 몰카 범죄의 원인에 해당한다고 분석한다. 성적 가학증은 상대방에게 고통 및 굴욕을 느끼게 함으로써 성적 흥분을 느끼거나 그러한 행위를 반복하는 상태를 말한다.

지난 3월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에서 오진승 정신의학과전문의는 “몰카 범죄는 관음증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가해 성적 쾌감을 느끼는 성적 가학증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며 “몰카 범죄자들은 불법촬영물을 지인들과 공유하고 피해자를 성적으로 희화화함으로써 일종의 쾌감을 느끼게 된다”고 밝혔다. 

◇ 도박과 같은 메커니즘, ‘몰카’… 중독성으로 재범 가능성 높아

전문가들은 몰카 범죄의 경우 재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한다. 몰카 범죄를 저지르는 성도착자의 경우 만성화되기 쉽고, 이 때문에 범죄를 적발한다 하더라도 다시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자 하는 욕구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손석한 전문의는 “몰카 범죄의 경우 촬영물로 행위 자체의 스릴, 성공시 성취감 등의 자극을 느낄 수 있어 중독성이 클 수 있다”며 “이는 도박 중독과 동일한 매커니즘을 보이고 있는 일종의 ‘행위 중독’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박 중독처럼 몰카 범죄도 하면 할수록 더 큰 자극이 필요해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며 “이 때문에 범죄 수법이 더 대담해지고 수위도 올라가며 빈도수도 증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단순 치료를 넘어 제도적 개선과 함께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진승 전문의는 방송을 통해 “성도착에 의해 발생하는 범죄의 경우 진단서 등이 감형 및 참작 사유가 되선 안된다”며 “단순 치료보다는 처벌이나 징계에 초점을 맞춘 완벽한 시스템으로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성적 가학증에 의한 범죄는 반복적이고 만성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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