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각 분야 1위 국가들과 비교시 경쟁력 수준 절반도 못 미쳐
글로벌 AI 핵심 인재, 한국 7명에 불과… 터키, 대만에도 밀려

‘인공지능(AI)의 해’라 불리는 2020년이 도래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AI 경쟁력은 선진국들에 비해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의 해’라 불리는 2020년이 도래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AI의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AI 기술 발전에 박차를 가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리나라가 AI 선진국으로 돌입하기 위해 갈 길은 아직 먼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 경쟁력이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글로벌 선진국과 비교해 격차가 크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1위 국가대비 우리나라 인공지능 수준./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지난해 12월 24일 발표한 ‘2019 NIA AI Index-우리나라 AI 수준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AI 지표에서 각 분야 1위 국가들과 비교해 우리나라가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8년도 기준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독일, 인도, 이스라엘 등 글로벌 주요 7개국을 비교 대상으로 데이터 기반의 AI 경쟁력 수준을 측정한 결과다. 

먼저 해외 국가별 AI 관련 기업 수는 미국이 2,028개로 가장 많았다. △중국 1,011개 △영국 392개 △인도 152개 △이스라엘 121개 △독일 111개 △일본 40개로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의 AI 관련 기업 수는 26개로 8개국 중 꼴찌다. 이는 가장 많은 미국의 1.3%에 불과한 수치다.

AI 시장 규모의 경우 미국이 7억6,650만달러로 가장 컸다. 이어 △영국 3억1,060만 달러 △중국 1억9,970만달러 △일본 1억4,510만달러 △한국 4,760만달러 △인도 2,990만달러 △독일 2,970만달러 순이다. 5위를 차지한 우리나라의 시장규모 4,760만달러는 1위 미국 대비 6.2%에 불과하다. 심지어 4위인 일본에도 32.8% 밖에 안되는 규모다.

또한 AI 관련 특허, 논문, 대학교 대학원 수 등도 1위 국가들에 비해 부족한 편이다. AI 특허등록 수의 경우 497건으로 3위를 차지했으나 1위 중국(1,351건)의 36.8% 수준에 그쳤다. AI 논문등록 합계는 37건으로 6위를 기록했다. 이는 1위 중국(440건)에 8.4% 수준이다. AI 대학교 및 대학원 수는 단 한 곳도 없어 꼴찌를 차지했다. 

그나마 2위로 선방한 AI 스타트업 개수 역시 465개로 1위 미국(1,393개)의 33.4%에 불과했다. AI의 각 분야 1위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AI 경쟁력 수준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AI 핵심 인재 상황도 녹록지 않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2월 31일 발간한 ‘인공지능 기술·활용·인재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AI 핵심 인재 500명 중 한국은 7명에 불과해 홍콩(29명), 터키(19명), 대만(9명)에도 뒤처졌다. 1위인 미국은 73명, 2위인 중국은 65명에 달했다. 

또한 국내에서 활동하는 AI 전문가 수도 적었다. 전 세계 2만2,400여명의 AI 전문가 중 한국에서 활동하는 인력의 비중은 고작 1.8%에 불과했다. AI 전문가의 46%는 현재 미국에서, 11.3%는 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인공지능 기술·활용·인재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AI 핵심 인재 500명 중 한국은 7명에 불과했다. 이는 터키(19명), 대만(9명)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또한  전 세계 2만2,400여명의 AI 전문가 중 한국에서 활동하는 인력의 비중은 고작 1.8%에 불과하다./ 국회입법조사처

AI 기술력 수준도 선진국들에 비해 모자란 상태다. AI 기술 1위 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81.6%에 그쳤다. 유럽(90.1)%, 중국(88.1)%, 일본(86.4%)에도 뒤지는 상황이다. 또한 AI기술에 핵심이 되는 빅데이터 기술 수준도 미국 대비 83.4%에 그쳤다. 이는 아시아 주요 3국 중에서도 중국 (87.7%), 일본 (84.8%)에도 밀리는 수준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가 현재 미국 수준의 AI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약 2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며 “다만 경쟁국의 AI 기술발전 속도가 우리보다 빠를 경우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AI시대에 대한 준비도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옥스퍼드 인사이트와 국제개발연구소가 발표한 ‘2019 정부 AI 준비도 지수’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AI 준비도는 6.84점으로 세계 26위였다. 1위는 싱가포르로 9.19점을 기록했다. 이어 영국 (9.07점), 독일(8.81점)과 미국(8.8점) 등이 뒤를 이었다. 아시아 주요국인 일본은 8.58점으로 10위, 중국은 7.37점으로 19위를 기록하며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아울러 우리나라 내부에서의 민간과 공공 분야의 AI 활용도와 관심도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기업 395만 개 중 AI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0.6%뿐이다. AI를 알고 있지만 이용하지 않는 사업체 중에서 향후 AI 활용 의향이 있는 사업체는 3.4%에 불과했다. 

AI기술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AI의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가 83.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른 이유로는 경제적 비용부담(15.5%), 전문 인력 부족(5.5%), 보안 밎 윤리 우려(3.4%), 기술서비스 복잡(3.1%) 등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7일 해외 AI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2020년 ‘AI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국가 차원 전략을 발표했다./ 뉴시스

이에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발표된 AI 관련 전략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하고 경쟁국에 뒤쳐진 분야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민‧관의 노력과 AI 육성 전략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경쟁국에 비해 뒤처진 인공지능 기술 활용과 인재 수준을 전면적이고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한 집중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며 “응용 소프트웨어 등 우리가 상대적 우위를 가진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육성하는 틈새시장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황현주 한국정보화진흥원 정책본부 미래전략센터 주임은 “1위 국가의 AI 데이터값을 100%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가 선도국의 반 이상이 되는 지표가 한 건도 없을 정도로 선도국과 격차가 크다”며 “민‧관‧학의 협력을 통해 연구개발이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기적인 연결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글로벌 AI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혀 2020년 ‘AI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국가 차원 전략을 수립했다. 지난해 12월 17일 ‘제 53회 국무회의’에서 발표된 ‘AI 국가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최대 455조원의 AI 경제 효과 창출, 삶의 질을 세계 10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 분야의 경우 올해부터 2029년까지 1조96억원을 투자하는 등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새해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올해 우리나라 AI산업이 얼마만큼 해외 AI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고 성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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