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 고속정의 무기가 나포된 영국의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를 향해 조준돼 있다. /AP-뉴시스
이란 혁명수비대 고속정의 무기가 나포된 영국의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를 향해 조준돼 있다.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앞두고 우리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 우리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호위연합 사령부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공습으로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하는 등 중동 정세가 크게 악화됐고, 파병을 결정한다면 이란의 거센 반발도 감내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6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는 NSC 상임위원회가 개최되며 중동정세 점검과 안보대책 등이 집중 논의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안보상황을 물론 현지 교민안전과 원유수급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보라”며 "NSC 상임위 위원들 외에 산업부장관도 참석할 것을 지시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앞서 5일 외교부는 중동지역 정세가 심각해지자 재외국민 안전강화를 위한 대책반을 가동했다. 현재 이라크 1,600여명, 이란 290여명, 이스라엘 700여명의 우리 국민들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외교부는 이들의 안전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이라크 진출 기업에 근로자 파견을 일시 중단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는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 우리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해양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파병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동맹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았다.

파병 결정이 이뤄진다면 아덴만 해역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의 작전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달 중순 아덴만 해역에 도착해 강감찬함과 임무교대를 하게 되는 왕건함이 호르무즈까지 담당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란 정세가 급격히 악화됨에 따라 정부는 더욱 신중한 모습이다.

실제 이란 측이 미국의 공습에 강력반발하며 군사적 보복조치를 예고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호세인 데흐건 이란 군사 수석보좌관은 5일(현지시각)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대응은 반드시 군사적일 것”이라며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이 가한 타격에 상응하는 타격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이란의 보복공격 방침에 트럼프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고 더 큰 보복을 언급하며 경고를 보냈다. 5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란이 미국인 또는 시설을 공격할 경우 미국은 신속하고 완전하게, 그리고 아마도 불균형적인 방식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했다. ‘불균형적인 방식’이라 함은 이란의 군사행동에 대해 몇 배 이상의 보복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굉장히 엄중한 상황”이라며 “점진적으로 긴장 완화에 돌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지만 현장 오판이나 우발적 충돌 등으로 확전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파병 여부에 대해서는 “선박들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기여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엔 변함없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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