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IP, 수수료로 골머리… 가치 높여 안정적 수익 창출 기대

2020년 새해를 맞아 각 게임사들이 신년사를 통해 올 한해 IP의 가치를 강화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왼쪽부터) 이정헌 넥슨 대표이사, 방준혁 넷마블 의장,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의장,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뉴시스송가영기자
2020년 새해를 맞아 각 게임사들이 신년사를 통해 올 한해 IP의 가치를 강화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왼쪽부터) 이정헌 넥슨 대표이사, 방준혁 넷마블 의장,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그룹 의장,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뉴시스·스마일게이트·송가영 기자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올해 신년사를 발표한 게임사들이 지식재산권(IP) 강화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IP의 가치를 높여 다방면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한편 안정적인 수익원까지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전략이다.

올해 신년사를 발표한 게임사 중 한 곳인 넥슨은 ‘초격차’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이정헌 넥슨 대표이사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온라인 게임 라이브서비스를 성공적으로 해온 것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손꼽히는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전열을 탄탄히 정비해 화력을 집중할 그 때를 대비할 시점”이라며 “앞으로의 10년을 결정지을 중요한 모멘텀이 될 해인만큼 앞으로의 25년이 더욱 찬란해질 수 있도록 저와 경영진이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강한 넷마블’을 천명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조직 문화개선 등으로 건강한 넷마블은 정착이 잘 이뤄져왔다”며 “올해는 업의 본질인 게임사업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춰 ‘강한 넷마블’도 완성될 수 있도록 다들 같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의장은 사내 신년사를 통해 “올해 사랑과 존경을 받는 글로벌 IP 명문가로 도약하겠다”며 “우리는 게임을 넘어 IP 기반 문화 콘텐츠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가치를 만들고 어떤 영향력을 가지느냐가 중요한 시대를 맞아 스마일게이트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나아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위메이드는 자사의 인기 IP ‘미르의전설2’를 활용한 신작 출시와 함께 영향력 강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올해부터는 확립된 소유권과 권리를 바탕으로 IP 라이선스 사업을 통해서 회사의 매출과 이익을 누적해가겠다”며 “신작에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소설‧웹툰 등 다른 장르로의 확장도 올해부터 공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IP 가치 강화를 목표로 제시한 것을 놓고 업계에서는 최근 급격하게 어려워지고 있는 게임업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게임사들이 선택한 중장기 전략으로 보고 있다. 흥행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은 신규 IP보다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IP 가치를 높이면 충성 이용자 확보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수익구조까지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IP의 가치를 높여 안정적인 수익으로 연결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내 게임사로는 대표적으로 넥슨과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있다.

넥슨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출시한 모바일 신작들의 흥행 부진에도 실적 낙폭이 크지 않았던 이유는 PC온라인 역할수행게임(RPG)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의 여전한 인기 때문이었다.

지난 2일 슈퍼데이터가 발표한 ‘2019년 게임 매출 예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넥슨의 던파는 16억달러(한화 약 1조8,512억원)로 2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중국내 매출 감소로 타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꾸준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넥슨은 이르면 올해 던파 모바일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져 있어 크로스 플레이 서비스까지 지원된다면 막대한 수익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엔씨는 국내에서 리니지 IP의 높은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M’은 양대마켓 1위에 올라있던 자사의 모바일 MMORPG ‘리니지M’을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2년6개월간의 신작 공백이 무색하게 리니지2M의 매출은 나날이 고공행진 중이다. 구체적인 매출 추이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출시 한 달 만인 지난해 12월말 전직원에게 300만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일제히 지급하며 흥행세를 입증하고 있다.

자체 IP가 부족하거나 가치가 높지 않아 타사의 IP를 퍼블리싱하는 경우도 있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퍼블리싱 계약 조건은 모두 다르겠지만 퍼블리싱한 게임으로 발생한 수익중 일부는 원작사에 로열티 등 수수료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부 IP를 활용한 신작의 흥행에도 게임사들이 크게 웃을 수 없는 이유다.

엔씨로부터 ‘리니지2 레볼루션’과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을 퍼블리싱해 게임을 서비스 중인 넷마블이 이러한 경우다.

넷마블은 엔씨 이외에도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일곱 개의 대죄’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일곱 개의 대죄:그랜드 크로스’로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이 중 일부를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어 영업이익률이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게임사마다 보유하고 있는 IP의 가치가 낮으면 외부에서는 퍼블리싱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고 내부에서는 이용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소비되지 않는 IP는 곧 실적 하락과 연결된다는 것을 게임사들이 모를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IP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콘텐츠 생성이 가능하고 또다른 수익 창출까지 가능해진다”며 “따로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게임사들도 대부분 올해 IP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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