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국내 프로야구 최대 인기구단이다. /뉴시스
롯데 자이언츠는 국내 프로야구 최대 인기구단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프로야구 원년멤버인 롯데 자이언츠는 한국 야구계는 물론 롯데그룹과 부산 지역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상당하다. 열성적인 홈팬들을 바탕으로 가장 높은 인기와 관중 동원력을 자랑하며, 롯데그룹의 아낌없는 지원 덕에 팀 연봉 규모가 리그에서 가장 크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롯데 자이언츠가 남긴 발자취엔 아쉬움과 실망이 더 컸다. 각종 사건과 구단 운영상의 난맥 속에 팀 성적은 대부분 하위권을 맴돌았다. 또한 지지부진한 개혁과 변화로 뒤처진 모습을 보이면서 열성적인 팬들마저 등을 돌리고 말았다.

이는 가뜩이나 지난 수년간 여러 사건에 휩싸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롯데그룹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쓰고도 정작 기업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일이 더 많았던 것이다.

2015년 9월, 야구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당시 신동빈 회장은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뉴시스
2015년 9월, 야구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당시 신동빈 회장은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뉴시스

◇ 지난 시즌 꼴찌, 투자 무색했던 롯데 자이언츠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롯데 자이언츠에서 불거진 팀내 갈등과 선수단 항명 사태는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 당시 롯데 자이언츠는 사장과 단장, 프론트와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단이 뒤엉켜 갈등을 표출하는 촌극을 빚었고, CCTV 감시 등 중대한 인권침해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물론 전체 야구팬, 심지어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이 벌어진 직후인 2015년 초, 롯데그룹은 이른바 ‘형제의 난’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로 뭉쳐도 모자랄 상황에 내부갈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두 형제의 모습을 상당히 닮아있었다.

형제간 갈등이 불러온 후폭풍은 거셌다.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 대기업에서 나타난 형제간 갈등은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켰고, 롯데그룹에 ‘일본 기업’이란 오명을 뒤집어씌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한 롯데그룹 오너일가의 각종 비리 대한 대대적인 수사로 이어지면서,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들이 법적 책임을 마주하게 됐다.

이처럼 롯데 자이언츠와 롯데그룹의 이미지가 바닥으로 실추됐을 당시 신동빈 회장은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다짐하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본인이 직접 구단주를 맡고, 우수한 선수 및 용병의 영입과 구단 운영 체계 선진화를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 이후 롯데그룹은 각 계열사를 동원해 롯데 자이언츠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그 뒤로도 구단 운영상의 난맥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팀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2016년 8위에 그친 롯데 자이언츠는 이듬해 3위에 올라 모처럼 가을야구에 진출했으나 이후 2018년 7위, 지난해에는 꼴찌로 추락했다.

특히 가장 높은 수준의 팀 연봉과 FA시장에서 수백억원을 쏟아 붓는 적극적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성적을 남겼다는 점은 많은 점을 시사했다. 이 시기 롯데 자이언츠가 선임한 감독 중 2명은 수석코치 경험조차 없던 ‘초보’였고, 이는 팬들의 원성을 샀다. 또한 거액을 들여 외부 선수들을 영입하고도 팀 전력은 심각한 불균형을 노출했다. 지난 시즌 막강한 공격력을 갖추고도 뒤처진 투수 전력과 주전 포수 부재로 꼴찌에 그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롯데 자이언츠의 행보는 신동빈 회장이 강조했던 구단 운영 체계 선진화와 거리가 멀었다.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구단 운영을 밑거름삼아 적은 비용으로 좋은 성과를 남기는 구단들과 극명하게 대비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뉴 롯데’를 천명하고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에 나선 롯데그룹의 행보에 발을 맞추지 못하는 것이었다.

롯데 자이언츠는 최근 과거와 달리 실리적이고 합리적인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는 최근 과거와 달리 실리적이고 합리적인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 새로운 인물들, 변화를 몰고 오다

그런데 최근 롯데 자이언츠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우선, 지난해 성적 부진 속에 감독과 단장이 동반 사퇴한 가운데 이어 파격적인 인물이 단장으로 선임됐다. 성민규 단장이 그 주인공이다. 1982년생의 젊은 단장인 그는 선수경력이 사실상 전무하다. 다만, 메이저리그에서 코치와 스카우터로 활동한 바 있다.

또한 롯데 자이언츠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가장 뛰어난 효율성을 자랑해온 키움 히어로즈에 오랜 기간 몸담은 허문회 감독을 새롭게 선임했다. 감독으로는 처음 나서는 것이지만, 수석코치 경험은 풍부하다. 2군 감독 역시 메이저리그 출신에 경험이 풍부한 외국인 래리 서튼으로 교체하며 눈길을 끌었다.

연말 롯데그룹 인사에서는 사장까지 교체됐다. 그룹 내 요직을 거쳐 온 롯데케미칼 이석환 전무가 롯데 자이언츠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석환 대표는 부산 출신이다.

변화는 인물에 그치지 않는다. 새롭게 선임된 이들은 롯데 자이언츠에 큰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먼저,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을 과감하게 대거 정리했고, 모두의 예상과 달리 2차 드래프트에서는 외야수 1명만 영입했다. 대신 한화 이글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약점으로 지목됐던 포수 전력을 보강했고, 용병타자로 수비력이 뛰어난 딕슨 마차도를 선택했다.

또한 외부 FA 안치홍을 ‘2+2년 최대 56억원’의 전례 없는 방식의 계약으로 영입하고, 팬들의 많은 지지를 받아온 내부 FA 전준우는 ‘4년 최대 34억원’으로 붙잡았다. 오버페이 논란이 끊이지 않던 과거 롯데 자이언츠와 확연히 다른 행보다.

뿐만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트랙맨·랩소도 등 훈련 및 분석 장비 첨단화와 2군 인프라 확충 등 내실다지기에도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이처럼 롯데 자이언츠에 불어든 의미 있는 변화의 바람은 새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다. 특히 그동안 변화에 목말랐던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마침내 변화의 문을 연 롯데 자이언츠가 야구에서도 ‘뉴 롯데’를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