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이 면역항암제 펙사벡 연구개발계획서를 엉터리로 작성한 데 이어, 이를 토대로 한국연구재단과 연구협약서를 체결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신라젠
신라젠이 면역항암제 펙사벡 임상시험 확대 소식이 보도된 당일,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라젠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신라젠 주가 상승률이 심상치 않다. 지난 7일 신라젠이 임상 3상에 실패한 자사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시험을 확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주가는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확실한 결과를 도출한 것도 아닌 단순 임상 확대 소식에 주가가 널뛰자 일각에서는 우려와 함께 조심스런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지난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펙사벡에 대해 신장암 관련 임상시험을 추가로 승인 받았다. 기존의 환자군을 확대해 허가를 받은 것으로, 세부적으로는 펙사벡과 면역항암제 REGN2810(성분명 세미플리맙) 병용 투여 임상 1b상 대상 환자를 면역관문억제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로 늘리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함께 미국에서 대장암 임상도 업데이트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국립암센터 주도 임상으로, 펙사벡과 더발루맙(제품명 임핀지) 병용 임상을 통해 효능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식이 들려오자 이날 1만3,050원에서 시작한 신라젠의 주가는 오후 1시쯤 상한가 1만6,750원을 기록했다. 상한가는 장 마감까지 유지됐다. 이어 8일 장이 열린 직후 주가는 또 한 번 급등했다. 8일 거래가 시작된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주가는 약 10% 수직 상승했다. 이날 신라젠은 전날 종가 대비 100원이 오른 1만6,850원으로 마감했다.

신라젠 펙사벡은 지난해 8월 미국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가 ‘무용성 평가’에서 ‘효능없음’ 결과를 내리면서 임상 중단을 권고했다. 이에 주가는 폭락했다. 뿐만 아니라 임원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의혹이 불거져 검찰 수사로 이어졌으며, 정부의 연구개발비 지원을 받기 위해 ‘펙사벡 연구개발계획서’ 엉터리 작성, ‘정부 지원금 환수’ 논란 등도 불거졌다.

상황이 이러한데 단순히 ‘환자군 확대 임상 추가 승인’이라는 내용만으로 주가가 급등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내용도 없는 임상1b상 승인 소식으로 인한 주가 상승은 정상적으로 보기 힘들다”면서 개미 투자자들의 주의를 요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신라젠 펙사벡 관련 행사에 참석하고, 신라젠에 투자한 기업의 사내 교육에 참여하는 등 행보로 인해 신라젠이 '유시민 테마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 뉴시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신라젠 펙사벡 관련 행사에 참석하고, 신라젠에 투자한 기업의 사내 교육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라젠은 '유시민 테마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 뉴시스

◇ 범여권 인사와 얽힌 VIK·신라젠·양산부산대병원

사정이 이쯤되면서 신라젠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급부상 하고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신라젠과 범여권 인사들과의 관계가 회자되고 있다. 
 
이러한 구설이 불거지는 배경엔 신라젠 투자사 밸류인베스트코리아(이하 VIK)가 있다.

VIK 설립자 겸 대표는 ‘이철’이라는 인물로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 출신이면서 국민참여당 원외위원장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참여당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주축이 돼 창당한 당이다.

이후 2014년 8월 유 이사장은 VIK 사원을 상대로 강연을 한 바 있다. 또 유 이사장 지지자 모임인 ‘시민광장’은 지난 2015년 6월 VIK 본사 사무실에서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철 VIK 대표는 지난 2015년 양산부산대병원 내 ‘신라젠 연구센터 창립’과 관련해 432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같은 해 이철 대표는 양산부산대병원 신라젠 연구센터에서 열린 ‘신라젠 펙사벡 기술발표회’에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 유 이사장이 전 보건복지부 장관 자격으로 참석해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신라젠 연구센터가 있는 양산부산대병원은 의학전문대학원이 위치해 있는 곳으로, 여권 주요 인사의 자녀가 이곳 부산대학교 의전대학원을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논문 등 입시 관련 서류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선 조국 전 장관의 딸이 현재 재학 중이고, 이낙연 총리의 아들도 이 학교 출신이다.

이에 지난해 10월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VIK 직원 강연에 정치인들이 참석한 사진을 제시하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성일종 의원은 “이 사람(이철 대표)이 하는 것에 유력 정치인들이 다 나와서 세레모니를 했다”며 “사진에 얼마 전까지 청와대 정책실장 하셨던 분도 나오고, 노무현 정부 때 정책실장을 한 변모 실장도 나오고, 유 이사장도 여기에 나온다”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 뿐 아니라 김수현·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도종환 의원(전 문화체육부 장관) 등 진보 진영 유력 인사가 이 대표를 위해 VIK 직원 대상 강사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연관성 때문에 신라젠은 ‘유시민 테마주’, ‘전해철 관련주’ 등 꼬리표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철 대표는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약 3만명에게서 7,000억원을 모금한 혐의(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등)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9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VIK는 이 자금 중 일부를 지난 2014년과 2015년 신라젠의 전환사채(CB)와 우선주, 연구센터 개발 등에 투자해 상장 전 최대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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