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장관이 9일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에서 검찰인사와 관련해 법무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9일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에서 검찰인사와 관련해 법무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법무부가 오는 13일 검사장급 검사 32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다. 이 중에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정 의혹 등을 수사하던 지휘부가 대거 포함됐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인사권을 통해 검찰의 정권수사에 제동을 걸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수사를 총지휘한 윤석열 총장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불신임’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실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과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제주지검 검사장으로 각각 전보됐다. 지난해 7월 임명된지 불과 6개월 만의 전보다. 이들은 윤석열 검찰총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고위 검사들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다. 윤 총장을 보좌하며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을 대변했던 이원석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수원고검 차장으로, 대검 서열 2위인 강남일 대검 차장은 대전고검장으로, 조상준 대검 형사부장은 서울고검 차장으로 임명됐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비위의혹 수사를 야전에서 총 지휘했던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법무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 역시 지난해 7월 윤 총장과 함께 임명된 인물들이다. 이른바 ‘윤석열 라인’의 정권수사에 청와대가 인사권을 동원해 제동을 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 민주당 “윤석열이 대통령 인사권 방해”

하지만 법무부는 공식적으로 ‘통상적인 정기승진 및 전보인사’라는 입장을 내놨다.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석 내지 사직으로 발생한 고검장급 결원을 충원하고 그에 따른 후속 전보 조치를 하기 위한 통상적인 정기승진 및 전보 인사”라며 “신임 법무부장관 취임을 계기로 인권·민생·법치에 부합하는 인사를 통해 조직의 쇄신을 도모했으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 완수 등을 위해 새롭게 체제를 정비했다”고 밝혔다. 

9일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균형인사, 인권수사를 위한 방안을 중시해서 인사가 이뤄진 게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윤석열 총장에 대한 불신임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청와대를 향한 검찰의 수사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수사는 수사의 결과로 말해지는 것”이라며 “(이번 인사를 통해) 엄정한 법적 기준을 토대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인사절차상의 문제도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청법에는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하도록 규정돼 있다. 대통령이 준사법기관인 검찰에 적절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좌한다는 입법취지가 담겨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추미애 장관과 윤 총장의 신경전으로 ‘의견개진’ 과정이 사실상 부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의견개진을 하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요청을 거절한 윤 총장이 문제라는 게 정부여당의 입장이다.

이날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 답변에 나선 추 장관은 “(인사위원회) 전에도 의견개진을 하라고 했고, 이후에도 의견을 듣기 위해 일정을 모두 비우고 6시간이나 기다렸다”며 “윤 총장이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대통령의 인사권에 충실히 따라야 할 검찰총장이 스스로 정치적 행위자가 되어 본분을 망각한 채 사실상 항명을 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방해하고 이에 도전한 것으로 엄히 다스려야 할 중대한 공직기강 해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7일 추미애 장관과의 회동을 위해 법무부를 방문한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지난 7일 추미애 장관과의 회동을 위해 법무부를 방문한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 정권수사에 영향 불가피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가지고 검찰의 수사에 개입하려 한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청와대 관련 수사를 이끌던 핵심들이 임명 7개월 만에 전보되거나 밀려난 것을 다른 이유로 설명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더구나 이들은 윤 총장의 의견을 반영해 문 대통령이 직접 임명했던 인사들이었다. 

수사 바통를 이어받게 될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심재철 신임 대검 반부패부장 등이 현 정권과 인연이 있는 검사들이라는 점 역시 의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이성윤 현 검찰국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고, 심재철 현 남부지검 1차장은 박상기 전 장관 시절 대변인을 맡았으며 추미애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에서 활동한 바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야당시절 박근혜 정부의 검찰인사를 같은 논리로 비판했었다는 점에서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총장은 국정원 압수수색과 체포에 나섰다가 정권에 찍혀 좌천을 당했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전무후무한 방법으로 찍어내더니 수사팀장인 윤 지청장을 배제시키는 또 한번의 찍어내기”라고 정권에 날을 세웠었다.

논객으로 활동하던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는 당시 트위터를 통해 “윤석열 찍어내기로 청와대와 법무부장관의 의중은 명백히 드러났다”며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검사는 어떻게든 자른다는 것. 무엇을 겁내는지 새삼 알겠구나”라고 비판하기도 했었다. 

이에 진보진영 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통해 선출되지 않는 권력을 견제하는 것은 검찰개혁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서도 “정부는 현재권력을 수사하고 있는 대검 지휘부에 대한 인사를 장관 취임 5일 만에 결행한 것에 국민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유한국당을 몰아낸다고 적폐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그 자리에 바로 민주당 적폐가 자리잡는다”면서 “옛날엔 잘못하면 미안해 하는 척이라도 했는데, 요즘은 잘못한 놈은 떳떳하고 떳떳한 놈이 미안해 해야 한다. 조국 사태 이후 정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경험한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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