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종규 기자  ‘공유.’ 두 사람 이상이 한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공유의 대상이 4차산업혁명시대에 도래하면서 ‘물건’에서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인간의 삶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3요소로 꼽히는 ‘의식주’ 중 ‘주(宙)’에 대한 공유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고시원, 쪽방촌으로 대표되는 취약거처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여기에 주요 도심 내 높은 전세금과 월세 등의 주거 문제가 여전히 팽배해 있어서다.

이러한 추세에 맞게 ‘주(宙)’를 공유하는 공유주택이 주목을 받고 있다. 흔히 셰어하우스로 대표되는 공유주택은 여러 세대가 개인 공간 외 주방, 화장실, 세탁실 등을 공유하는 의미로 통한다. 개인 공간 외 공간에서 공유가 이뤄짐에 따라 자연히 공과금 등에 있어 가격 경쟁력이 높고,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들의 주거 문제에 있어 대안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최근 한 대기업이 ‘공유주택’을 표방하며 사업에 뛰어들어 눈길이다. SK가스의 자회사 SK디앤디가 그 주인공이다. SK디앤디는 주거 브랜드 ‘에피소드’를 론칭하며 주거 시장에 뛰어들었다.

SK디앤디의 최초 론칭 보도자료에는 공유주택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수 언론 등에서 ‘공유주택 론칭’이라는 타이틀로 보도가 쏟아졌다. SK디앤디 측 또한 에피소드를 공유주택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디앤디가 에피소드를 공유주택이라고 설명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에피소드 내 입주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주방과 라운지 등이 있다는 점과 정서적 공유를 위한 공연 및 행사 등이 진행된다는 점 등이다.

공유주택의 명확한 개념이 없는 현재, SK디앤디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점에 에피소드를 공유주택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에 의문부호가 던져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단지 내 헬스장 등 휘트니스 시설이 조성돼 있는 아파트 단지를 생각해보자. 에피소드의 공유주방과 마찬가지로 이 헬스장 또한 입주민들이 특정한 자격없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시설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아파트를 공유주택으로 볼 수 있을까.

또한 SK디앤디에 따르면 에피소드의 각 세대에는 주방 및 화장실이 조성된다. 통상 셰어하우스는 주방과 화장실 등을 입주민들이 공유한다. 결국, 에피소드는 입주자들이 공과금을 공동으로 분담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셰어하우스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셈이다.

SK디앤디의 주거 브랜드 론칭 자체를 부정하기 위함은 아니다. 다만 SK디앤디가 에피소드를 공유주택으로 설명한 이유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움이 따른다. 현재까지 공유주택의 명확한 개념을 세우지 않은 정부를 탓할 수도 있을 것이다.

SK디앤디 관계자는 “주거시장의 패러다임과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할 때, 이번 사업이 주거 문제의 솔루션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의 말처럼 에피소드 론칭이 빛을 발하기 위해선 공유주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단순히 공간의 공유가 아닌 주거 문제의 솔루션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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