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가(家) 내홍… ‘한진칼 지분 8.28%’ 반도건설, 경영참여 천명

한진칼이 지분 경쟁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반도건설의 지분율에 이목이 쏠린다./뉴시스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갈등이 장기화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8.28%까지 늘리고 ‘경영 참여’를 밝히는 등 복병 역할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반도건설이 2020년 한진그룹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한진칼 주주총회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면서 보유 지분 목적을 기존 ‘단순 취득’이 아닌 ‘경영 참여’로 천명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반도건설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한진칼·대한항공 대표이사)의 연임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 반도건설, 한진칼 지분율 8.28%… 한진家 키맨 등극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반도건설 계열사인 대호개발은 지난 10일, 지난달 말 한진칼 보유 지분을 8.28%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직전 지분율 6.28%보다 2%포인트 늘린 것이다.

이로써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 8.28%를 보유하게 되면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28.94%를 배제하고 KCGI(강성부펀드, 17.29%)와 델타항공(10%)에 이어 3대 주주로 뛰어올랐다.

대호개발은 한진칼 지분 추가 취득과 관련해 “향후 회사의 업무집행과 관련한 사항이 발생할 경우에는 회사 및 주주,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해 적법한 절차 및 방법에 따라 회사의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주주로서 관련 행위들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보유목적을 밝혔다.

반도건설의 이번 행보는 심상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진가(家)가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경영 참여’를 밝힌 것은 한진칼 대주주로써 더 이상 그룹의 잡음과 경영방식을 두고만 보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가(家)는 현재 한진칼 지분을 조원태 회장(6.52%)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외 특수관계인 일부가 분할 보유 중이다. 각자 지분만을 따질 경우엔 모두 반도건설보다 적다. 한진가 개개인의 입김은 반도건설보다 미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원태 회장의 경우 본인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6.52%와 정석인하학원, 정석물류학술재단, 일우재단 등 비영리재단 지분 3.38%를 영향력에 두고 있다. 또 조원태 회장의 우군으로 꼽히는 델타항공과 측근들 지분까지 합친다면 약 20%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8% 이상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오는 3월에 있을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가장 무게감 있게 다뤄질 ‘조원태 회장 연임’ 찬·반 표결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반도건설이 조원태의 우군을 자처할지, 조현아 전 부사장의 편에 설지, KCGI와 함께 경영권 견제에 나설 것인지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은 과거 조양호 전 회장과 친분이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조원태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번 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도 이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반면 권홍사 회장이 이명희 고문과 더 각별하고 조현아 전 부사장과 접촉이 이미 성사됐다는 이야기도 일각에서 번지고 있다.

권홍사 회장의 의중이 어떻든 간에 반도건설이 오는 3월에 열릴 한진칼 주총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한진그룹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지난 2018년 4월, 동생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21개월째 복귀를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조양호 회장과 마찰을 빚고 있다. 사진은 한진가 삼남매.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한진그룹

◇ 조원태, 외부 세력 조력 없이 연임 위한 방법 ‘조현아 품는 것’

반도건설이 조원태 회장의 대표이사 연임 가부결에 큰 축을 담당하게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조원태 회장이 외부 세력의 도움 없이 이사직을 이어가는 방법은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을 품으면서 동시에 모친 이명희 고문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방법뿐이다. 그리고 선대 회장부터 대한항공의 우군으로 잘 알려진 델타항공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면 연임에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한진가와 특수관계인 지분 28.94%에 조원태 회장의 백기사인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10%을 더할 시 약 38.94% 이상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한진가에서 경영권을 지속적으로 쥐기 위해선 가족 간의 화합이 최우선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원태 회장은 현재 조현아 전 부사장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는 최근 있었던 2019년 한진그룹 연말 정기 임원 인사에서 조현민 전 부사장이 발탁되지 않은 것이 발단으로 보인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러나기 전까지 대한항공과 칼호텔네트워크 등을 통해 한진그룹 경영 전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 이후 자숙의 시간을 가진 후 지난 2018년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으나, 동생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 파문이 일며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재차 물러나게 됐다.

복합적인 문제가 엮여있긴 하지만, ‘물컵 갑질’ 장본인인 동생 조현민 전무가 복귀했음에도 조현아 전 부사장은 경영에 참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조현민 전무는 지난 2018년 10월 검찰로부터 무혐의 및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은 후 지난해 6월 한진칼 전무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진에어가 국토부의 제재를 받게 된 발단이면서, 지난해 작고한 조양호 전 회장의 대한항공 경영권 박탈 원흉으로 꼽히는 조현민은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복귀했다”며 “동생과 모친의 물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물러났던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이후 큰 물의를 일으킨 것이 없음에도 아직까지 복귀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조원태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조원태 회장의 이러한 경영 방침은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조현아 전 부사장을 견제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다만 ‘경영권 사수’를 위한 가장 안전한 길이면서 선대 회장의 유훈에 따라 조현아 전 부사장과 타협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진칼 주총 전까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시엔 KCGI나 반도건설 등과 손을 잡을 우려도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한진그룹 경영체제에 불만을 공공연히 드러낸 KCGI와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일부 이해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KCGI는 최근 한진그룹의 높은 부채비율을 지적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등 재차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진칼 계열사 중 하나인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861%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한진칼 4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국민연금 또한 최근 대한항공과 한진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는 등 조원태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권홍사 회장도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더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했다.

가족 간 분쟁과 KCGI·국민연금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반도건설의 행보가 조원태 회장의 연임에 득이 될 지 아니면 실이 될 지 업계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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