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올해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미국 측에 강력하게 피력했다. 더 이상 북미대화만 기다릴 수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북미대화와 별개로 남북협력 사업들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경화 장관은 14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큰 틀에서는 북미, 남북 대화가 같이 보완하면서 선순환의 과정을 겪으며 가는 게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특정시점에서는 북미가 먼저 나갈 수도, 또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비핵화와 관계 개선 대화가 진전이 안되는 상황에서 남북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모멘텀을 살려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남북 간 중요한 합의가 있었고 그 중에서도 제재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예외를 인정받아 할 수 있는 사업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우리 측의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으며 미국 측도 “우리의 의지나 희망사항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구상에 대해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진행한다는 데 대해 미국도 충분히 평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통일부 차원에서도 독자 남북협력 사업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북한 개별관광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으며, 북한의 초청장이 없더라도 비자만 있으면 방북을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북한이 호응할 경우 남북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협력사업이 적지 않다”고 했다. 

다만 미국이 북미대화와 별개로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데 대해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미국 측의 “이해했다”는 표현은 ‘양해’ 보다는 ‘알겠다’는 관용적 표현에 가깝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한국 측의 입장과 뜻을 알아들었다’는 의미다. 한일 수출규제 갈등 당시 우리 측이 지소미아 연장을 종료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당시에도 미국은 ‘이해했다’는 표현을 사용했었다. 하지만 이후 지소미아 연장 종료에 대해 강한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남북관계가 북미관계 보다 앞서나가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앞서 7일 KBS와의 인터뷰에 나섰던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발언에 대해 “우리는 동맹으로 일해야 하고 그와 같은 조치들은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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