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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환자들을 낙인찍는 듯한 ‘에이즈 예방법’ 일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현재 심리를 진행 중이다. /픽사베이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이하 HIV)에 감염된 후천성면역결핍증(이하 에이즈·AIDS) 환자의 성관계를 제한하는 ‘에이즈 예방법’이 위헌심판대에 올라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신진화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에이즈 예방법’ 제19조와 제25조의2가 위헌인지 아닌지 판단해달라”고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냈으며, 현재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이라고 밝혔다. 관련 법조항인 제19조는 ‘전파매개행위의 금지’로 “HIV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제25조는 벌칙 조항으로 제25조의2는 제19조를 위반해 전파매개행위를 한 사람은 ‘3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법원은 이 조항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헌재에 제출된 위헌제청 결정요지문에 따르면 ‘전파매개행위’가 어떠한 행위를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법안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에이즈 예방법 조문만을 볼 경우 △HIV를 타인에게 전염시킨 자를 처벌하는지 △HIV가 극미량이라도 포함된 혈액 또는 체액을 전파하는 행위를 한 사람의 경우 처벌 대상에 포함되는지 △체액의 범위에 타액과 땀, 소변 등을 포함하는지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성행위를 하는 것이 모두 포함되는지 등이 불분명하다는 얘기다.

이렇듯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에이즈 예방법 내 일부 조항은 HIV 감염 예방보다 감염자를 사회적으로 낙인찍을 수 있어 과거부터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삭제 또는 수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법원의 이번 위헌법률 심판 제청으로 에이즈 환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에이즈 예방법’ 일부가 삭제 또는 수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제약업계 “단순 접촉으로는 전염 가능성 낮아, 성교육 동반 돼야”

에이즈는 HIV가 원인 병원체로 발병하는 질병이며, 감염될 경우 체내의 면역 기능이 저하되는 질병으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일종의 전염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제약바이오 및 의학기술이 날로 발전해 현재는 거의 만성질환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으며, 약을 복용하면 실제 바이러스가 대부분 억제되는 등 그 위험성이 현저히 낮아졌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은 HIV 보균자 또는 에이즈 환자와 단순 접촉 및 성관계로 HIV가 전염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HIV 감염이 에이즈 발병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게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과거와 다르게 의학기술 발달로 HIV를 억제하고 에이즈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이 다수 개발된 상태며, 나아가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에이즈 완치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중”이라면서 “HIV 감염자 또는 에이즈 환자의 정액이나 질 분비물을 포함한 체액 또는 혈액을 접촉하는 것으로 HIV가 전염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아는 이들은 극히 드물며, 에이즈 환자와 접촉만 하더라도 HIV에 감염 또는 에이즈가 발병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며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으로는 국내 성교육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학교에서만 행하고 있는 교육체계가 지적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HIV 감염자와 음식을 나눠 먹거나 컵이나 접시, 숟가락 등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는 전염이 되지 않는다. 또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에이즈 환자의 성관계로 인해 기소된 사례 42건 중 상대방이 HIV에 감염된 사례는 단 1건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성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 초·중·고등학교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은 연간 최소 15시간을 의무교육 시간으로 정해져있다. 방학 기간을 제외하면 월 2시간 정도 이뤄지는 꼴이다. 시간이 부족한 만큼 심층적인 내용을 교육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의무시간이 충분치 못해 왜곡된 정보가 퍼져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HIV나 에이즈 등에 대해 보다 자세한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이뤄지는 교내 성교육 의무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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