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항공사, 인천~제3국 노선 추가로 늘린다
항공업계 “몽골 때와 비슷해… 얻은 것 없이 내주기만 하는 국토부”

국내 항공사들이 2분기 줄줄이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한국 정부와 싱가포르 정부 간 항공협정으로 인해 국내 항공사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싱가포르 국적의 저비용항공사(LCC)가 한국과 싱가포르 간 ‘제5자유 운수권’이 확대된 것을 이용해 하늘길을 넓히려 하고 있다. 이에 국내 항공사들은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우리 정부는 싱가포르 정부와 항공협정을 맺었다. 당시 맺은 항공협정의 주요 내용으로는 △직항 노선 무제한 항공 자유화 △제5자유 운수권(이하 5자유) 확대 등이다. 직항 노선을 제한 없이 운항할 수 있도록 한 항공 자유화는 인천~싱가포르 노선의 연간 탑승률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양국 간 승객이 많은 걸 고려해서다.

이에 대해서는 항공업계에서도 큰 반발이 없다. 아직까지 인천~싱가포르 노선을 운항할 수 있는 항공사는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뿐이긴 하나, LCC도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기재를 도입해 싱가포르 노선을 넓혀나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먼저 에어부산이 연내 도입 예정인 차세대 항공기 A321NEO LR을 이용해 싱가포르 노선을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티웨이항공도 연내 현재 운용 중인 보잉 737NG(Next Generation)보다 크고 먼 거리를 운항 할 수 있는 중형항공기 도입을 계획 중이다. 또 제주항공은 현재 부산~싱가포르 노선을 운항 중이다.

문제는 5자유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항공운수권 유형은 제1자유부터 제8자유까지 총 8단계로 세분화 돼 있다. 이 중 5자유는 자국에서 상대국이나 제3국을 경유하는 형태의 운항방식을 뜻한다. 즉, 싱가포르~한국~제3국(이원 5자유) 또는 싱가포르~제3국~한국(중간 5자유)을 오가는 노선 운항이 확대된 것이다. ‘이원 5자유’는 현재 주 10회에서 주 14회로 늘어났으며, ‘중간 5자유’는 모호하던 규정을 바꾸고 주 14회 신설했다.

이 덕분에 싱가포르 국적 항공사는 해당 노선의 환승수요까지 감안해 여객 영업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다음달부터 싱가포르 LCC인 스쿠터항공이 싱가포르~타이베이~인천 노선을 매일 1편씩 운항할 준비를 마쳤다. 기존에는 주 3회 운항이었으나 이번 5자유 확대로 두 배가 넘는 주 7회 운항으로 대폭 늘어났다.

인천~타이베이 노선은 우리 자국민 사이에서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노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탑승객 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 노선에 외국 LCC가 비집고 들어와 승객을 빼앗아 갈 수 있도록 해준 꼴이다.

뿐만 아니라 나아가 보잉 777 이상 급의 항공기를 보유한 싱가포르 항공사의 경우엔 자국을 출발해 한국을 거쳐 미국이나 캐나다 등 태평양 노선에 추가로 비행기를 띄울 수도 있다.

이러한 5자유 확대는 그동안 싱가포르 정부가 우리 정부에 계속 요구해오던 사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항공사 관계자들은 5자유 확대에 꾸준히 반대를 주장해왔으며, 지난해 11월 이러한 항공협정이 통과되자 난색을 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FSC나 LCC 대부분은 싱가포르를 거쳐 제3국으로 향하는 노선 또는 싱가포르를 가는 중에 제3국을 경유하는 노선을 계획하고 있지 않으며 경쟁력과 경제성도 떨어진다”며 “이번 항공협정으로 결국 내수 시장 파이를 싱가포르 항공사에 내준 꼴로 보일 뿐 국내 항공사에는 어떤 이득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이러한 결정을 한 국토교통부 수뇌부를 질타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역시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허희영 교수는 “국토부가 과거 몽골과 항공협정을 체결할 때도 대한항공의 공급좌석이 무제한이던 것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고 운항 횟수도 한정하는 등 항공업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고 일처리를 하는 경향이 있다”며 “앞서 핀란드 항공사인 핀에어에도 김해공항 노선에 5자유를 내주더니 이번에 또 싱가포르에 5자유를 내주면서 국내 항공업계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이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가 싱가포르 항공사가 태평양 노선을 추가로 개척하는 것인데, 현재 한·중·일을 비교할 시 태평양 노선은 우리나라가 제일 작은 규모다”며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조인트벤처로 태평양 노선을 늘려나가고 있는 판국에 이러한 정책을 펼친다면 미국이나 캐나다 노선의 파이를 떼 주는 꼴이며 국내 항공사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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