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2020년 새해 시작과 함께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했다. /한국지엠
한국지엠이 2020년 새해 시작과 함께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했다. /한국지엠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지엠이 2020년 새해 시작과 함께 새로운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했다. 최근 수년간 극심한 노사갈등과 실적부진으로 신음해온 한국지엠의 ‘명운’을 짊어진 신차다. 2015년 혜성처럼 등장해 쌍용자동차를 암흑기에서 탈출시켰던 티볼리의 뒤를 이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지엠은 지난 16일 트레일블레이저를 전격 공개하고 사전계약에 돌입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기본적으로 소형SUV로 분류되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소형SUV인 트랙스와 중형SUV 이쿼녹스 사이에 위치한다.

트레일블레이저가 지닌 무게감은 상당하다. 한국지엠은 2018년 군산공장 폐쇄 등 경영위기가 불거졌을 당시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아 경영정상화에 착수하면서 “향후 5년간 15종의 신차 및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그 중 7번째로 선보이는 모델인데, 지니고 있는 의미와 과제는 가장 무겁다.

우선, 한국지엠이 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한 신차다.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뿐 아니라, 자체 경쟁력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트레일블레이저의 성공이 반드시 필요하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성공은 제2, 제3의 독자모델 개발 및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GM 내 한국지엠의 위상을 공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내수시장 판매부진의 잔혹사를 끊는 것도 트레일블레이저의 중대 과제다. 한국지엠은 2018년 경영정상화 착수 이후 내수시장 판매실적을 회복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야심차게 들여온 이쿼녹스는 초라한 성적표를 이어갔고,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콜로라도와 트래버스는 애초에 볼륨 모델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판매실적을 주도했던 스파크는 경차 시장의 하락세 속에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중형 세단 말리부는 경쟁 모델들의 공세에 밀려나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선보인 트레일블레이저는 성장세가 뚜렷한 중소형SUV 시장을 공략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긴 하지만, 시장 자체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만큼 성공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전망이다. 특히 트레일블레이저는 수입 방식으로 판매되며 뒤처진 가격경쟁력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이쿼녹스와 달리 국내에서 생산되고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레일블레이저를 둘러싼 상황과 기대감은 5년 전 출시됐던 쌍용차 티볼리와 닮아있다. 당시 쌍용차는 오랜 세월 경영위기 및 실적부진에 신음하고 있었고, 모처럼 선보인 신차는 많은 기대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티볼리는 소형SUV 시장의 성장을 본격화시킨 주인공이 됐고, 기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거두며 쌍용차를 위기의 터널에서 탈출시켰다. 트레일블레이저 입장에선 제2의 티볼리가 되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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