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경기를 전 분기 때보다 비관적으로 내다보는 소매유통사들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분기 경기를 전 분기 때보다 비관적으로 내다보는 소매유통사들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부진 속에서 소매유통업의 성장 정체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0년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가 전분기 대비 3포인트 하락한 ‘88’로 집계되며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RBSI는 기준치인 ‘100’을 넘으면 지난 분기보다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많고, 미달하면 불황을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현재 RBSI 추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업태별로 보면 온라인‧홈쇼핑(105)만 유일하게 기준치를 넘어 호조세를 이어갔다. 백화점(93), 대형마트(80), 편의점(75)은 전분기보다 하락했으며 슈퍼마켓(75)은 지난 분기 수준의 부진을 전망했다.

특히 백화점 업태의 낙폭이 가장 컸다. 백화점 업계의 올해 1분기 전망은 93으로 지난해 4분기 103에서 10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연말 명품소비와 리빙 제품군의 상승세가 긍정적 분위기를 이끌었으나, 올 겨울 상대적으로 따뜻한 날씨와 소비부진이 겹쳐 패션 상품군의 약세가 부정적 전망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마트 전망치(80) 역시 지난 분기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최근 대형마트는 e커머스의 시장점유율 확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올해도 e커머스와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므로 대형마트들은 온라인에서 구입할 수 없는 상품군 강화, 가격 경쟁력 확보, 해외시장 진출 등을 통해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점 업계는 전분기 대비 3포인트 떨어진 75로 집계됐다. 지난 분기에 이어 편의점은 겨울철 비수기라는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야외활동이 줄어드는 겨울철에는 편의점 방문 횟수가 줄고 주류와 음료 판매가 감소해 업계는 비수기로 꼽고 있다.

편의점, 대형마트 등과 경쟁하는 슈퍼마켓 업계는 지난 분기 수준의 부정적 전망치(75)를 보였다. 슈퍼마켓 업계는 주력상품인 신선제품 마저 온라인 배송서비스 업체에 고객을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온라인․홈쇼핑은 전분기와 같은 105를 기록하며 40분기 연속 기준치를 상회하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누적 거래액은 11월 기준으로 이미 121조원을 돌파해 2018년 연간기록을 넘어섰다.

소매유통업계의 1분기 수익성은 ‘악화될 것’(37.0%)이라는 전망이 ‘호전될 것’(8.9%)이라는 전망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유통업체들은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 ‘소비심리 위축’(56.7%), ‘비용 상승’(22.7%), ‘업태간 경쟁 심화’(14.9%), ‘정부 규제’(3.5%), ‘상품가격 상승’(1.1%)을 차례로 꼽았다.

강석구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유통업계의 전반적인 어려움은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현 우리 경제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면서 “소비자가 지갑을 열 수 있도록 하려면 경제회복과 아울러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에 대한 규제정책의 조속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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