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진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점점 더 복잡한 양상에 빠지고 있다. 오너일가 사이에서 갈등이 표출되고 지주사 한진칼 지분을 차곡차곡 사들인 반도건설이 경영 참여 의사를 천명한 가운데, 이번엔 카카오도 경영권 분쟁에 발을 들인 모양새다.
재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해 말 한진칼 지분 1%를 매입했다. 여기엔 약 200억원대의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초 대한항공과 MOU를 체결한 바 있다. 플랫폼 멤버십, 핀테크, 커머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 개발·제공에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카카오는 이후 진행된 한진칼 지분 매입이 이러한 사업적 협력관계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최근 외부 기업과의 협력관계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는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SK텔레콤과도 3,0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카카오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참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가뜩이나 민감한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의 지분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현재 한진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대립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본인이 6.52%의 지분을 보유 중이고, 다른 가족을 제외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4.15%다. 여기에 조원태 회장의 우군으로 여겨지는 델타항공이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모두 더하면 20.67%가 된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6.4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모친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5.31%,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6.47%의 지분을 갖고 있다.
또한 오래 전부터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겪어온 KCGI는 현재 지분이 17.29%에 달하며, 얼마 전 경영 참여 의사를 천명한 반도건설은 8.2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복잡한 상황 속에, 누가 어떻게 손을 잡느냐에 따라 우열은 엇갈린다. 우선, 조원태 회장과 나머지 가족을 비교해보면 조원태 회장 측이 20.67%, 조현아 전 부사장 등 나머지 세 가족이 18.2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차이는 2%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그리 크지 않다.
조원태 회장이 이명희 전 이사장 및 조현민 전무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일 경우엔 우호지분이 32.45%가 된다. 이에 맞서 조현아 전 부사장이 KCGI 및 반도건설과 손을 잡을 경우 지분의 합은 32.06%다.
이밖에도 다양한 조합에 따라 지분 경쟁 구도는 전혀 다른 상황을 형성하게 된다. 분명한 것은 1%의 지분이라도 더 확보해야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의 한진칼 지분 매입이 경영권 분쟁 측면에서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한진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더욱 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오는 3월 열릴 것으로 보이는 정기 주주총회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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