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공포가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른바 ‘우한 폐렴’이 일파만파 확산되며 공포감 또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확진자 및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산업계에도 검은 먹구름이 잔뜩 드리우고 있다.

◇ 중국서 사망자 100명 넘어… 국내서도 확진자 잇따라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은 올해 들어 매서운 확산세를 보이며 중국은 물론 전 세계를 공포에 빠트리고 있다.

지난 22일(이하 0시 기준), 중국 내 우한 폐렴 누적 집계 현황은 확진자 440명, 사망자 9명이었다. 이후 △23일 확진자 549명·사망자 17명 △24일 확진자 830명·사망자 25명 △25일 확진자 1,287명·사망자 41명 △26일 확진자 1,975명·사망자 56명 △27일 확진자 2,744명·사망자 80명 △28일 확진자 4,515명·사망자 106명으로 걷잡을 수 없는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확진자와 사망자가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28일 0시 기준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진자는 4,000명을 넘어섰으며 사망자도 100명을 돌파했다. /뉴시스

확산세는 중국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아시아는 물론 프랑스·독일 등 유럽과 미국·캐나다 등 북미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그 숫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지난 27일까지 총 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특히 설 연휴 기간인 24일과 26일, 27일 연달아 확진자가 발생하고, 확진자들이 호텔과 병원, 음식점, 편의점, 카페 등을 방문하며 수십 명과 접촉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우한 폐렴 공포가 극도로 고조된 상태다. 실제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7일 서울의 한 대형쇼핑몰은 평소에 비해 한산한 모습이었다. 또한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임시 휴원령이 내려졌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자체적으로 등원시키지 않는 가정이 크게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 정부 역시 촉각을 곤두세운 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우한 폐렴 관련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지난 27일 격상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장관이 본부장을 맡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했으며, 우한에 다녀온 이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우한에 발이 묶인 수백 명의 우리 교민을 위해 전세기가 투입될 예정이다.

설 연휴 기간 국내에서도 잇따라 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시스

◇ 비상 걸린 기업들… 중국 출장 금지령

이처럼 우한 폐렴 공포가 중국을 넘어 전 세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경제·산업계에도 그 여파가 드리우고 있다.

당장 우한을 비롯한 중국 지역에 공장 및 영업소를 운영 중인 기업들은 비상에 빠졌다. 중국 주재원들을 서둘러 귀국시키거나 ‘중국 출장 자제령’을 내린 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우한 에틸렌 공장에 머물고 있던 한국인 주재원 10여명을 모두 귀국시켰으며, 당분간 우한 출장을 금지시켰다. 또한 현지 임직원들에게 마스크 및 응급키트를 제공하고, 식당을 폐쇄했으며 단체로 모이는 활동을 중단하도록 했다. 포스코 역시 우한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한국인 주재원 4명은 조속히 귀국 조치할 방침이다.

우한과 가까운 장쑤의 기아자동차 생산공장을 비롯해 중국에 여러 거점을 두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설 연휴를 앞두고 우한 폐렴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으며,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한 채 사태를 기민하게 살피고 있다.

이미 우한 출장 금지 및 중국 출장 자제령을 내렸던 LG전자는 28일을 기해 임직원의 중국 출장을 전면 제한하기로 했다. 이미 중국으로 건너간 출장자들에 대해서도 복귀 조치를 내리고 있다. 광저우 공장의 양산을 앞두고 있는 LG디스플레이 역시 중국 출장 자제령을 내리고, 불가피한 중국 출장 시 문자로 신고하도록 했다.

대기업과 달리 중국 출장을 자제하는 것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더욱 답답한 상황이다. 베트남과 중국에 생산공장 및 거래처를 두고 있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어린 두 자녀를 생각하면 더욱 걱정되지만, 당장 중국에 가지 않으면 사업이 큰 차질을 빚게 되는 상황”이라며 “기능이 좋은 마스크를 챙기고 수시로 손을 씻는 등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 말고 방도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중 경제교류는 사드 사태로 급격히 얼어붙었다가 해빙기를 맞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재차 우한 폐렴이란 악재가 덮치면서, ‘제2의 사드 사태’ 혹은 그 이상의 여파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대형마트 매장에 마스크가 품절된 모습. /뉴시스

◇ 폭락한 코스피… 항공·관광·유통업계 ‘울상’

우한 폐렴의 거센 후폭풍에 금융시장 및 각 업계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먼저, 주식시장은 설 연휴 직후 우한 폐렴의 직격탄을 맞았다. 28일 코스피는 개장 직후 2,200선이 무너졌으며, 장중 내내 폭락세를 회복하지 못한 채 전 거래일 대비 3.09% 내린 2.176.72에 마감했다. 코스닥 역시 전 거래일 대비 3.04% 하락한 664.70에 장을 마쳤다.

이는 비단 국내 주식시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3대 증시도 급락세 보였고, 전 세계 주식시장 역시 타격을 면치 못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값은 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채권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항공업계는 울상이다. 국내 항공업계는 지난해 한일갈등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당시 일본 노선 감축의 대안으로 중국이 떠올랐으나, 이번엔 중국발 대형악재를 마주하게 됐다.

각 항공사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중국 주요 노선 중단 및 중국 항공권 예매 취소 수수료 면제 등의 조치에 나선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취소 문의가 급증한 상태이며 취소율은 30~40%에 이르고 있다. 또한 우한 폐렴의 전 세계적인 확산세 속에 다른 국가로의 여행도 취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는 경영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항공업계와 관련이 깊은 관광업계 또한 비상상황에 놓였다. 여행사들은 빗발치는 중국 여행 취소 및 환불 문의를 마주하고 있고, 위약금 등을 둘러싼 소비자와의 마찰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을 주 고객으로 삼는 숙박업계와 유통업계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백화점, 쇼핑몰 등은 국내 고객들의 발길까지 뚝 끊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우한 폐렴으로 수혜를 입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수요가 크게 늘어난 마스크와 방역·위생용품, 의료기기 제조업체를 비롯해 우한 폐렴 관련 제약사들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 중엔 이미 실제 매출 증대 효과를 보고 있는 곳도 있으며,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곳도 눈에 띈다.

이처럼 일부 수혜를 입는 기업들도 있지만, 우한 폐렴이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은 부정적인 측면이 훨씬 더 크다. 소비 위축에 따른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며, 외식업계 등 자영업자부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중국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가뜩이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0%에 그친 우리나라 입장에선 더욱 반갑지 않은 우한 폐렴 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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