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객 등 입국자에 대해 검역이 진행되고 있는 인천공항 입국장 모습. /뉴시스
중국 관광객 등 입국자에 대해 검역이 진행되고 있는 인천공항 입국장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인해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올라온 ‘중국인 입국금지 요청’ 국민청원이 6일 만에 56만 명의 서명을 얻을 정도다. 심지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우한 폐렴을 계기로 혐중정서가 표출되는 상황이다.

청원인은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 북한 마저도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는데 춘절 기간 동안이라도 한시적 입국 금지를 요청한다”며 “이미 우리나라에 상륙한 뒤에는 늦지 않겠느냐.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야권에서도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에 대한 강력한 대처를 정부에 촉구했다. 29일 자유한국당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주재한 황교안 대표는 “중국인 입국금지 청원자가 삽시간에 50만 명이 넘었다”며 “우한 폐렴 확산 보다 반중정서 차단에 급급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눈치 보지 말고 국민안전만 생각하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심재철 원내대표는 “중국 여행객의 국내 입국 금지 등 추가 전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여당은 방역체계 강화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입국자 차단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각국마다 대처 방안이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는 WHO 결정 및 관계국과 협력하면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WHO는 질병확산을 통제하더라도 국가간 이동을 불필요하게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의심·감염 환자의 출입국은 차단할 수 있지만, 국경폐쇄 조치는 할 수 없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중국과의 관계 등 파장을 고려하면 입국금지 조치는 역효과가 적지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상호 혐오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며 “국내 방역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지만 보다 넓은 시각으로 한중관계 미래를 내다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었다. 아울러 “위기상황에서 상황을 과소평가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현실 감각을 잃고 혼선을 초래할 상황을 만드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