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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전철?’… 우한폐렴, 우려 나오는 이유
‘메르스 전철?’… 우한폐렴, 우려 나오는 이유
  • 제갈민 기자
  • 승인 2020.01.29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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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상황과 조치 계획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상황과 조치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국민들은 중국인들의 입국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정부가 중국 후베이성(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최초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 감염 호흡기 질병인 일명 ‘우한 폐렴’에 대해 미온적 대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보건당국이 현재 우한 폐렴에 대해 실시하고 있는 조치를 두고 과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 인접국처럼 강경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2012년 메르스 사태 당시 한국은 전 세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메르스 환자가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한 국가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메르스에서 중동을 의미하는 ‘ME(Middle East)’ 대신 한국을 의미하는 ‘KO(Korea)’를 붙여 ‘코르스(KORS)’라고 불리는 오명을 안기도 했다.

◇ WHO “우한 폐렴 전염력 1.4∼2.5”… 메르스 보다 두 배 높아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4일 우한 폐렴의 ‘기초감염재생산수(예비 R0)’ 추정치를 1.4∼2.5 수준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기초감염재생산수(이하 전염력)란 감염병 확진 환자 1명이 몇 명의 사람에게 병을 전염시키는지를 의미하는 수치다.

이는 메르스 보다 전염력이 강한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12년 유행한 Co-V 감염 질병인 메르스의 전염력은 사태 종식 후 0.6∼0.8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전염력이 4.0 수준으로 높았다.

전문가들은 메르스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전염력을 기록한 이유에 대해 당시 우리 정부가 전염력을 중동과 다른 생활환경을 가진 국내에 그대로 적용해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3년 만에 재차 발생한 메르스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대체적으로 적절한 대응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호텔격리와 같은 허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뉴시스>
WHO에서 발표한 우한 폐렴의 전염력 수치가 지난 2012년 38명의 사망자를 낸 메르스보다 높아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뉴시스

당시 국내에서 최초로 메르스 확진을 받은 환자는 경기도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전염력을 단순히 중동 현지 기준인 0.6∼0.8로 판단해 통제범위를 환자가 머문 병실로 국한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사막지대인 중동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고 접촉빈도가 많아 전염력을 더 넓게 잡았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실제 우리나라는 메르스로 인해 총 186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38명이 숨져 20.4%의 치명률을 기록했다. 이는 메르스 발병지인 사우디아라비아 인접국인 △아랍에미리트(76명 감염·10명 사망) △요르단(19명 감염·6명 사망) △카타르(13명 감염·4명 사망) 등 국가보다 환자 및 사망자 수가 많은 수치다. 안일한 대응으로 환자의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메르스 바이러스가 확산, 환자가 급증하게 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WHO에서도 한국에서의 첫 메르스 감염자 1명이 다수의 2차 감염으로 이어진 사례를 두고 ‘감염통제 미흡’을 지적한 바 있다.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메르스 전파력 판단 미흡과 최초 메르스 환자 접촉자 그룹의 일부 누락 등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와 불안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 우한 폐렴에 中 인접국, 중국인 입국 불허 및 강제송환 등 초강경 대응

우한 폐렴 감염 확진자와 사망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아직 중국을 제외한 타국에서는 사망자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중국 인접 국가들은 자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중국인들의 입국을 불허하고 나아가 현재 자국에 입국한 중국인에 대해 강제송환을 이행하는 등 초강경 대응을 불사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국가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몽골과 북한은 국경을 차단하고 중국인들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몽골은 보행자를 비롯해 차량이 국경을 넘는 것을 금지했으며, 모든 학교는 오는 3월 2일까지 휴교 조치를 내렸다. 몽골의 조치에 외신들은 “우한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이 취한 조치 중 가장 과감한 행동”이라고 평했다. 북한은 자국 내 외국인의 중국 여행을 금지하면서, 베이징과 상하이 노선을 항공편도 취소시켰다.

대만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 국가나 동남아시아 국가도 선별적 통제를 하고 있다.

필리핀은 지난 23일 우한발 칼리보행 항공편을 이용해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 464명 전원을 송환 조치했다. 또 앞서 보라카이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일정 연장 요청을 거부하고 지난 27일 모두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는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한 폐렴 관련 정부의 대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는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한 폐렴 관련 정부의 대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말레이시아도 지난 27일 우한시를 비롯 후베이성에서 자국으로 온 중국인들의 입국을 일시적으로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의 이러한 조치는 우한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급증한 것에 따른 것이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 정부는 “상황이 정상화 될 시 중국인 입국을 허가한다”고 설명했다.

대만도 지난 28일 체류 중이던 중국인 단체관광객 약 6,500여명에 대해 모두 귀국 조치를 취했다. 후베이성 내 도시에서 온 중국인들에 대한 입국을 금지하는 등 중국인 입국을 선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오는 31일까지는 대만 여행단의 중국행도 금지했다. 또 우한에 거주 중인 대만 기업인 2,000여명을 철수시키기 위해 중국 정부에 전세기 운항을 요청했다.

중화권인 홍콩과 마카오도 선별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홍콩은 지난 27일부터 후베이성 주민이나 최근 14일 이내에 이 지역을 방문한 이들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마카오도 후베이성을 다녀온 관광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점을 서류로 증명하는 경우에 한해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 ‘중국인 입국 금지’ 청와대 국민청원 쇄도… 

우리 국민들도 ‘중국인 입국 금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의 제목으로 작성된 청원글에는 29일 현재 57만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지난 23일 작성된 해당 청원글은 중화권 대명절인 춘절 기간만이라도 중국인의 입국을 불허하자는 것이 골자다. 글 작성자는 “중국인들이 입국한 뒤에는 늦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중국인 입국 불허와 관련해선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각국마다 대처 방안이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는 WHO 결정 및 관계국과 협력하면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WHO가 국가 간 이동 금지 조치를 권고할 수 있는 세계적인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선포할 단계가 아니라고 발표한 것이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WHO는 질병확산(감염자 입국)을 통제하더라도 국가 간 이동을 불필요하게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WHO 발표 외에도 중국과의 외교 관계와 상호 경제 관계 등을 따져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모두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29일 0시 기준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진자는 6,000여명에 달했으며 사망자도 132명으로 계속해 늘어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한국에 입국하는 중국인 수가 날로 늘면서 국민들의 불안도 적잖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우한 폐렴 확산 차단보다 반중(反中) 정서 차단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문재인 정권의 고질적인 ‘중국 눈치보기’에 국민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며 “눈치보지 말고 오직 국민 안전만 생각하라”고 촉구했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은 보다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하 책임대표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우한 지역에서 한국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입국 금지 조치를 해야 한다”며 “중국 정부도 우한 지역에 대해서는 폐쇄했기 때문에 우리 대한민국이 중국 전역이 아니라 우한 지역에 한정해서 한국에 입국하려는 사람들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는 것은 충분히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하 책임대표는 특히 “우한지역에서 이미 입국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잠복기간이 끝날 때까지 격리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잠복기가 지나서 이상이 없다는 확진이 내려질 때까지는 격리조치를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9일 기준 우한 폐렴에 감염된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5,974명, 132명이라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발표했다. 감염 확진자들 중 중증 환자는 1,239명이다. 감염 의심환자는 9,239명이며, 퇴원환자는 103명에 불과하다.

중국 외 국가의 우한 폐렴 확진자는 태국이 14명으로 가장 많으며, 이어 △홍콩 8명 △마카오 7명 △일본 6명 △미국·호주·싱가포르·대만 각 5명 △말레이시아·한국·프랑스 각 4명 △베트남 2명 △네팔·스리랑카·캄보디아·독일·캐나다 각 1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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