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월 2일 '대검 신년 다짐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월 2일 '대검 신년 다짐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 등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 수사 과정에서 인지도를 크게 올린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보수진영의 대표주자로 여겨졌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보다 앞섰다는 점이 주목된다. 

세계일보 의뢰로 리서치앤리서치(R&R)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총장은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10.8%를 얻어 2위를 기록했다. 3위를 차지한 황교안 대표(10.1%)와의 격차는 0.7%로 오차범위 이내였지만, 선택지에 이름을 올린 첫 조사에서 단숨에 2위를 차지한 것은 정치적 의미가 적지 않다. 

윤 총장에 대한 지지세는 보수층에서 특히 강했다. 윤 총장은 연령별로 50대(14%), 60대 이상(18.3%)에서 비교적 지지율이 높았고, 지역별로는 대구ㆍ경북(17.5%)과 부산ㆍ경남(12.9%)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황 대표를 지지했던 보수층 상당수가 윤 총장에게 옮겨간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물론 지지율은 순간포착 성격이 강한 ‘스틸샷’에 가까워 대선에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여론조사 업체의 한 관계자는 “누가 선택지에 올라가고 질문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또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현안이 무엇인지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검찰의 청와대 전현직 관계자 기소, 검찰인사 논란 등이 보도되면서 일시적으로 관심이 윤 총장에게 쏠린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도 현실정치와 선을 그었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윤 총장은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받은 뒤 “국가의 형사법 집행을 총괄하는 사람을 후보군에 넣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 기능에 도움이 안 된다”며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검찰총장에 관해 정치적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 해프닝만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은 “조국 사태부터 지금까지 흘러온 대립 구도는 ‘정부여당 대 야당’이 아니라 ‘청와대 대 검찰’이었다”며 “윤 총장이 단번에 차기 대선주자 2위에 올랐다는 것이 그 방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그만큼 정부여당 견제를 못하고, 보수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의 지지율이 공고하지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황 대표 외에 대안이 보이지 않았을 뿐, 유력한 다른 주자가 나타났을 경우 얼마든지 지지세가 옮겨갈 수 있다는 얘기다.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보수분열과 지방선거 참패로 다른 대선주자급 인물이 부상할 기회가 없었고, 박근혜 정부 마지막 총리라는 후광이 (황 대표에게)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황 대표 뿐만 아니라 이낙연 총리 등 지금 지지율 상위에 있는 대선주자가 대선후보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판도는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세계일보 의뢰로 R&R이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실시했다.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전국 성인남녀 1,007명이 최종 응답을 마쳤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전체 응답률은 10.1%다. 보다 자세한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