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회의실에서 열린 제196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회의실에서 열린 제196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손학규 대표의 퇴진 문제를 놓고 침몰 위기에 휩싸인 바른미래당이 4일 이찬열 의원의 탈당으로 교섭단체 지위마저 잃었다. 남은 의원들의 연쇄탈당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위기에 몰린 바른미래당이 정상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절실함과 간절함으로 당의 발전을 위해 온몸을 바쳤다”면서 “하지만 이제 한계인 것 같다. 오늘 바른미래당을 떠나 동토의 광야로 떠나겠다”며 탈당했다.

‘안철수 신당(가칭)’에 합류한 권은희 의원의 탈당이 기정사실인 점을 감안하면 20석을 간신히 유지하던 바른미래당의 원내 교섭단체 붕괴는 예상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손 대표의 최측근인 이 의원이 먼저 탈당 카드를 꺼내들면서 20석이 무너지자 바른미래당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다른 의원들이 모두 탈당해도 이 의원은 마지막까지 손 대표와 당에 남을 것 같았던 분이었는데 이렇게 떠나게 돼서 너무 아쉽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 의원의 탈당으로 손 대표의 입장은 더욱 난처하게 됐다. 기존 당권파·호남계 의원들은 손 대표의 사퇴 시한을 10일로 통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손 대표의 결단을 주시하고 있다.

임재훈 사무총장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손 대표의 현숙한 정치적 의식을 신뢰하고 있다”며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로 전환하는 용단을 내려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임 사무총장은 이어 “비대위로 전환하게 되면 대동단결해서 세 확장도 하고 창조적인 파괴를 통해 총선 준비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며 “(비대위원장은) 손 대표가 가장 신뢰하고 당을 잘 아시는 분 중에 선정하면 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이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정당보조금이 크게 감소하는 것도 문제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정당보조금 총액의 50%를 우선 배분하며 5석 이상 19석 미만 정당에는 보조금 총액의 5%를, 의석이 없거나 5석 미만인 정당은 보조금 총액의 2%를 배분한다.

교섭단체가 붕괴되면서 이달 14일 지급을 앞둔 경상보조금과 3월 31일 지급되는 선거보조금 대폭 삭감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손 대표가 내주 중으로 2선 후퇴한 뒤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경우,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김관영·채이배 의원 등이다.

문제는 손 대표가 다음주에도 직을 내려놓지 않을 경우다. 이 경우 당이 사실상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의원들뿐 아니라, 원외 정무직 당직자들도 손 대표의 결단 여하에 따라 탈당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바른미래당 핵심관계자는 “손 대표가 10일이 지나서도 버틴다면 나도 탈당할 수밖에 없다”며 “이찬열 의원 탈당으로 교섭단체도 깨진 마당에 다른 의원들도 더는 눈치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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