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협의되지 않은 항공편은 운항 불가, LCC 노선 확보 제한적
자유롭게 항공편 증감 가능한 노선, 완전 항공자유화 협정 맺은 美·日·동남아

/뉴시스
항공업계가 경자년 초부터 대외 악재에 휘말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이하 신종 코로나)’로 인해 시름하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에서 최초 발병한 이번 신종 코로나로 인해 중국행 항공편의 수요가 급락해서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 감염증 대응책으로 4일 0시부터 특정 기간(1월 21일∼2월 3일 )동안 중국 후베이성에 방문·체류했던 외국인을 대상으로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국내 항공사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국내 항공사들은 중국행 노선 대부분에 대해 비운항 또는 대폭 감편 조치를 취했다. 그러면서 기존 중국 노선을 운항하던 항공편을 다른 국가로 조정하는 것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 ‘신종 코로나’ 사태에 중국행 노선 비운항·감편   

대한항공은 취항 중인 중국 30개 노선 중 20개 노선에 대해 일시적으로 전면 운항중단을 발표했다. 이 외 10개 노선은 운항을 유지는 하되 감편 조치를 취했다. 아직까지는 일부 중국 항공편을 제한적으로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대부분 중국행 항공편은 오는 11일 운항 중단 및 감편 조치가 완료되는데, 인천∼상하이(KE893·894)와 인천∼베이징(KE855·856) 항공편은 각각 오는 18일과 20일부터 비운항에 돌입한다. 인천∼광저우(KE865·866, 주 7회→주 4회)와 인천∼무단장(KE823·824, 주 5회→주 3회) 노선도 각 18일, 20일부터 감편 운항한다.

대한항공의 운항 중단 및 감편 조치는 동계스케줄이 끝나는 3월 28일까지 예정돼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본토에 총 26개 노선을 취항 중인데 이 중 △인천∼하이커우 △인천∼구이린 △인천∼창사 △부산∼광저우 등 4개 노선에 대해 일시적으로 운휴를 결정했다. 이 외 22개 노선은 감편 조치를 취했으며, 일부 노선에 따라 비운항 일자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은 기존 중국 본토에 취항한 26개 노선, 주 202회 운항을 이어오던 항공편을 주 158편으로 감편했다. 세부적으로는 4개 노선 일시 운휴로 주 14편이 중단됐으며, 운항 감편을 결정한 노선은 8개로 주 30편이 줄어들었다. 노선별로 운항 중단 및 감편 일정은 상이할 수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도 마찬가지로 중국 노선 대부분을 운항 중단했다.

제주항공은 17개 중국 노선 중 기존에 동계스케줄 비운항 노선 5개와 이번 신종 코로나로 인해 7개 노선(주 26편)에 대해 운휴 조치를 내렸다.

티웨이항공은 취항을 목전에 둔 우한 노선과 추가 6개 노선(30편)을, 에어부산은 6개 노선(56편), 이스타항공 10개 노선(42편) 등을 비운항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진에어(2개, 9편)와 에어서울(2개, 5편)도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 및 탑승객 저조로 중국 노선 운항을 멈췄다.

신종 코로나로 중국 노선이 대거 감편됨에 따라 항공업계는 대체 노선을 알아보느라 분주하다. 그러나 국가 간 협의되지 않은 항공편은 운항이 불가해 노선 개척이 제한적이다.

그나마 완전 항공자유화 협정을 맺은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동남아시아 9개 국가에 대해선 항공편을 자유롭게 증감할 수 있다. 이 중 미국 노선은 최장 노선이라 대형항공사(FSC)의 전유물이면서, 중국 노선에 투입하던 보잉 737NG 또는 에어버스 A320 패밀리로는 운항 자체가 불가능해 선택지는 일본이나 동남아로 좁혀진다.

이마저도 우리나라 인천을 비롯해 김해, 대구, 제주 등 공항의 슬롯(slot·시간당 항공기 운항가능 횟수)과 항공편을 늘리려는 상대국 공항의 슬롯의 시간대 등 조건이 맞아야 가능하다. 또 일본 도쿄 하네다국제공항(HND)과 필리핀 마닐라 니노이아키노국제공항(MNL)은 항공자유화 협정 밖의 공항으로 국내 항공사의 항공편 증편이 불가능하다.

이번 사태로 인해 항공업계는 수심이 깊은 분위기다.

FSC 관계자는 “중국 노선이 당장에 회복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아 줄인 항공편을 다른 노선에 투입을 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아 현재 논의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동남아와 일본으로 항공편을 늘려나가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동남아는 이미 포화상태”라며 “일본 노선은 대부분 노선을 취항 중이고 보이콧 재팬으로 수요가 감소해 공급을 늘리기가 애매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LCC 관계자 역시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항공사가 중국을 오가던 노선 수십 편을 운휴 조치한 후 대책을 강구 중”이라며 “아직 노선 조정과 관련해 결정이 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단기간에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은 만큼 당분간 경과를 지켜보며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노선 항공편 증감은 운수권 협정을 맺은 해당 기간 동안 기준 이하에서 항공편 조정이 자유롭다. 향후 신종 코로나 사태가 사그라들면 노선을 다시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그 시기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교수 생활 30여년 동안 항공업계에 악재가 이렇게 겹겹이 쌓여 힘들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한·일 외교 갈등으로 인한 보이콧 재팬과 중국발 신종 코로나뿐만 아니라 유가·환율 불안, 내수경기 악화로 산업 성장 둔화, 공급자(항공사) 증가 등 복합적인 문제라 노선 개편만으로 이 시기를 버틸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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