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회의실에서 열린 제199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회의실에서 열린 제199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손학규 대표의 진퇴 여부를 놓고 내홍을 겪는 바른미래당이 소속 의원들의 줄탈당 속 표류하는 모습이다.

손 대표는 당을 추스려 대안신당·민주평화당 및 청년 정치단체와 연합해 제3지대 재구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통합 과정에서 야기될 갈등과, 통합 이후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뒤따르고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고자 한다”며 “특정 정치세력에 편승하지 않고 모든 보호막을 내려놓겠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김성식 의원도 전날(5일) 입장문을 내고 “바른미래당의 수명은 다했다”며 “당 대표는 비상한 전환점을 만드는 대신 파국의 인사로 쐐기를 박았다. 힘을 합치고 당을 바로 세우려는 시도들은 무력했고 저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당을 떠났다.

지난 4일 이찬열 의원의 탈당까지 합치면 바른미래당에서 3일 동안 3명의 의원이 이탈했다. 의석이 20석에서 17석으로 줄면서 원내 교섭단체 지위도 잃었다. 지난 5일 손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사무총장·비서실장 등 주요 당직자를 교체하면서 사실상 '임시 지도부'를 꾸려 당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또 교섭단체 붕괴로 14일 지급되는 경상보조금이 대폭 삭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국 바른미래당은 교섭단체 재구성을 위해 당초 ‘선(先)자강 후(後)통합’ 기조를 내려놓고 대안신당·민주평화당의 통합을 우선 처리해야 할 형편이 됐다.

손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 정치구조를 바꾸기 위한 제3지대 중도통합은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 등 기존 정당과의 통합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지만, 중도실용을 추구하는 이들 정당과의 통합은 이 과정에서 필수적 요소”라고 했다.

바른미래당은 빠르면 내일(7일), 늦어도 다음주 중에는 제3지대 통합 관련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들이 호남 기반의 국민의당에서 분화된 만큼 당 내부에서는 ‘도로 호남당’으로의 회귀, 그리고 3당 통합 과정에서 각 당의 이해관계가 얽혀 서로 상처만 남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바른미래당 핵심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당 내부 청년들과, 외부 청년 정치세력과 연대해 당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개혁적 모습을 보여주고 당대당 통합을 했다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시간이 너무 지체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손 대표는 ‘젋은 세대와 연합한 뒤 호남을 통합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고 하지만, 당장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니 대표께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요구했던 것”이라며 “이제 호남당과 통합한 뒤 통합신당을 개혁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출범한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창당 전)’ 논의에서도 각 당의 이해득실과 관련해 갈등이 거듭 표출된 바 있다.

사활이 걸린 총선을 앞두고 3당 통합 논의 테이블이 마련될 경우, 서로 지분을 더 차지하기 위한 주도권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당 일각에서는 섣부르고 무조건적인 당대당 통합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지금 우리 당 안에서도 이렇게 싸우고 있는데 ‘세 집안’이 되면 당직만 놓고도 잡음이 나오지 않겠느냐”며 “최악의 경우 서로 ‘나만 살자’고 나선다면 통합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지만, 그럴 바에야 애당초 통합을 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무리해서 통합해도 선거 연대에 불과해 ‘제3지대’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청년들이 나설 자리도 없을 것”이라며 “그렇게 한들 호남에서 크게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욕심을 버리고 반드시 개혁·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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