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성공 신화를 함께 쓴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가 주력인 게임 사업 부진으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 바른손이앤에이 홈페이지 갈무리
영화 '기생충'의 성공 신화를 함께 쓴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가 주력인 게임 사업 부진으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 바른손이앤에이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한국을 넘어 세계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신화를 함께 쓴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의 표정이 밝지 못하다. 영화사업에서 지난 10년의 부진을 훌훌 털어버릴 기념비적인 성과를 달성했음에도 주력인 게임사업이 부진하면서 실적난에 빠져있어서다.

◇ 게임 흥행 실패에… 3년 연속 적자 ‘늪’

영화 ‘기생충’이 한국은 물론, 비영어권 영화로는 최초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한 4관왕의 금자탑을 쌓아 올리면서 관계 기업도 덩달아 화제다. 특히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E&A)가 연일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오르며 전에 없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무엇보다 화제성과 직결된 주가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바른손이앤에이 주가는 아카데미 호재 이슈를 타고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연말 주당 1,000원 초반 대에 머물러 있던 이 회사 주식은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지난 10일을 기점으로 2,000원을 돌파해 3,000원 입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아카데미의 파급력이 칸 영화제 보다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난히 지난 5월 상한가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상 소감자로 나선 곽신애 대표에게까지 대중의 이목이 쏠리고 있지만, 정작 바른손이앤에이의 경영 상황은 썩 밝지 못하다. 지난해 1분기부터 대규모 적자를 내며 불안한 출발을 보이던 바른손이앤에이가 결국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지난 7일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실적 내용에 따르면 바른손이앤에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의 반토막에 그쳤다. 연간 300~400억원 수준이던 매출 규모가 153억원으로 급감했다.

출자 회사였던 넷게임즈가 연결 대상에서 이탈한 영향이 컸다. ‘히트’(HIT) 등 모바일 MMORPG를 개발한 넷게임즈의 최대주주가 2018년 중순경 넥슨으로 바뀌면서 사세가 축소됐다. 영업익에서도 손실이 크게 발생해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게 됐다. 출시 게임이 흥행에 실패하게 되면서 184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순이익도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 248억원의 손실을 남기게 됐다.

온라인 게임 ‘아스텔리아’(Astellia)는 출시 1년 만에 지난 1월 국내 서비스를 종료했다. 지난해 9월부터 북미와 유럽에서 정식 서비스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0월부터 국내와 일본에서 선보인 신작 ‘라스트킹스’(Last Kings)도 전작의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실제 지난 3분기 기준 바른손이앤에이의 게임 매출은 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수준에 불과하다.

기생충으로 영화 제작 부문에서 지난 10년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낸 것과는 달리 주력 사업인 게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바른손이앤에는 2009년 영화 ‘마더’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끝으로 이렇다 할 흥행작을 선보이지 못했다. ‘표적’(2014년), ‘가려진 시간’(2016년), ‘희생부활자’(2017년) 등의 제작에 참여했지만 연거푸 쓴맛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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