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을에 출마 선언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경남 양산을에 출마 선언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시사위크=이경아 기자  경남 양산을에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낙동강 혈투’가 성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김 의원을 양산을에 투입하기로 결정했고,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도 홍 전 대표의 양산을 공천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12일 홍 전 대표가 양산을에 출마하겠다는 제안에 대해 “절반의 수확”이라고 평가했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출마 대신 김 의원이 이미 출마한 ‘양산을’에 나서겠다고 타협안을 제시했는데, 김 위원장이 이를 수용하는 모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은 “이제 자기가 가려고 했던 그 지역구에서 떠나겠다는 의사가 나온 만큼, 그동안 자기를 도왔던 당원 동지들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고마움과 배려의 마음을 보여주고, 그동안 자기가 머무르고자 했던 곳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새 출발을 하는 게 돼야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양산을은 이번 총선의 ‘빅매치’ 지역 중 하나로 떠오르게 됐다. 양산을은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있는 지역이어서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할 곳’ 중 한 곳으로 꼽혀왔다.  

민주당은 양산을을 ‘험지’로 분석, PK(부산·경남) 공략을 위한 핵심 거점지역으로 보고 있다. 한국당은 당의 지지율이 높은 지역이기에 ‘PK 요충지’ 탈환을 위해 총력을 다 할 것으로 보인다. 

홍 전 대표와 김 의원 사이 얽힌 인연도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야권 단일후보로 경남지사에 당선된 바 있다. 비록 민주당 간판을 단 것은 아니지만, 진보진영 첫 경남지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았다. 당시 진보진영에서는 경남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며 김 의원에게 거는 기대가 컸었다. 하지만 이듬해 김 의원이 대선경선 출마를 위해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감행하면서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비어있던 경남지사 자리를 재보선을 통해 꿰 찬 사람이 홍 전 대표다. 19대 총선 동대문을에서 낙선해 정치생명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던 홍 전 대표는 경남지사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나아가 도정을 통해 무상급식·진주의료원 문제로 진보진영과 각을 세우면서 보수의 상징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김 의원의 사퇴를 두고 진보진영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거셌던 이유기도 했다. 

실제 과거 <시사위크>와 만난 김 의원은 “제게 원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후임으로 홍 지사가 와서 진보진영의 좋은 정책들을 다 폐기하니 더욱 지지층의 원망이 큰 것 같다”고 자조섞인 말을 했었다.  

나름의 악연이 있는 두 사람인 만큼, 맞대결이 성사될 경우 선거판이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 입장에서는 명예회복의 기회가 될 수 있고, 최근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홍 전 대표는 다시 한 번 부활을 노려볼 수 있다. 
 
이를 감안한 듯 벌써부터 신경전이 치열하다. 김 의원은 “저는 병졸이 맞다. PK의 승리와 민생을 위해 백의종군하러 간다”며 홍 전 대표의 양산을 출마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PK 수비대장 하러 내려가는 것이지 병졸과 싸우기 위해 내려가는 게 아니다”는 홍 전 대표의 면박에 대한 응수인 셈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