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14일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14일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민주당이 14일 임미리 고려대 교수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다. 민주당은 임미리 교수가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 내용 중 ‘민주당만 빼고 찍자’는 내용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해 선관위에 고발했었다. 하지만 무리한 고발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고, 당내 인사들까지 ‘과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결국 물러섰다.

민주당은 공보국 명의 보도자료를 통해 “임미리 교수는 특정 정치인의 씽크탱크 출신으로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하게 됐던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의 고발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 “민주세력이 표현의 자유 억압” 역풍

임 교수는 지난달 29일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지금 여당은 4.15 총선 승리가 촛불혁명의 완성이라고 외치지만 민주당은 촛불의 주역이 아니었다”며 “많은 사람들의 열정이 정권 유지에 동원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한줌의 권력과 맞바꿔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했다.

이에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 명의로 임 교수와 경향신문 게재 담당자를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을 임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히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번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쯤되면 막 가자는 것”이라며 “나도 고발하지, 나는 왜 뺐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도 고발 조치를 두고 부정적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부겸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젊은 중도층이 고개를 저으면 방법이 없다. 지금 이 건은 누가 뭐라 해도 중도층의 이반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며 “증오에 가득 찬 독설이라도 다양성 차원에서 용인하는 게 성숙한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정성호 의원은 “오만은 위대한 제국과 영웅도 파괴했다”며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낙연 전 총리까지 나서 고발 취소를 요청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고발이 진보진영 인사들에 대한 일종의 ‘재갈물리기’로 의심했다. 최근 진중권 전 교수를 비롯해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민변 소속 권경애 변호사 등 이른바 진보인사들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 경우 지지층이 흔들리고 중도층이 이탈할 수 있다고 판단해 경고를 보냈다. 임 교수 역시 노동·인권 운동에 매진한 진보 성향 학자로 분류된다. 이와 관련해 임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유죄 판결을 받게 하려는 게 아니라, 위축시키려는 게 목적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임 교수가 과거 안철수 전 의원의 씽크탱크 내일 출신이라는 이유로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임 교수는 스스로 자신의 이력을 올리며 떳떳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철수 캠프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박사 과정 중 잘 아는 분이 이름을 넣겠다고 하기에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며 “이름만 넣었지 캠프에는 나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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