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 운동에 이어 코로나19사태까지 발생함에 따라 수입 맥주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일본 불매 운동에 이어 코로나19사태까지 발생함에 따라 수입 맥주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매서운 기세로 국내 업체를 위협하던 수입 맥주의 위상이 주춤해지고 있다. 지난해 반일 감정 확산으로 일본 맥주가 맥을 못 추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맥주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

◇ 불매 직격탄 맞은 일본, ‘코로나19’에 중국도 타격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던 수입 맥주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모습이다. 특히 마니아층을 보유하며 확고한 지위를 유지해 오던 일본과 중국 맥주의 기세가 꺾이고 있다.

아사히로 대표되던 일본 맥주는 지난해 ‘NO재팬’ 운동에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9년 식품 등 수입 동향 자료’에 따르면 일본 맥주 수입물량은 전년 대비 41.2% 감소했다. 성수기를 앞두고 지난해 7월부터 본격화 된 일본 제품 보이콧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요 수출 시장인 한국 판매가 급감하면서 아사히 본사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아사히 그룹은 지난해 한국에서의 불매운동으로 인해 지난해 매출이 전년 보다 30억엔(약 323억원) 줄었다. 올해도 위기감은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사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국의 불매운동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유통기한이 지난 맥주도 처분해야 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불매 운동 이전까지 한국은 일본 맥주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 시장이었다.

중국 맥주도 코로나19 사태로 휘청이고 있다. 지난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일선 편의점에서 칭따오 매출이 전월 대비 12% 가량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인은 물론 제품까지 중국과 관련된 것이라면 일단 피하고 보자는 ‘차이나 포비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국내 최다 맥주 수입국(4,346만달러)에 등극했다. 일본 맥주 불매로 반사이익을 누렸던 칭따오 등 중국 맥주가 코로나19로 기피대상이 되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국산 맥주의 주요 경쟁 상대인 일본과 중국 맥주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국내 업체들은 호재를 맞고 있다. 특히 주세법 개정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반격의 기회로 삼고 있다. 올해부터 맥주와 탁주 주세 부과 기준이 ‘종가세’(가격)에서 ‘종량세’(용량)으로 바뀌어 원가 변동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다. 국산 맥주도 ‘4캔에 1만원’ 시대가 열리면서 수입 맥주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주세법 개정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수제맥주에 힘입어 지난해 국산 맥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 가량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카데미 신화를 쓴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국산 맥주가 특수를 맞는 예상치 못한 호재까지 겹쳤다”며 “일본 맥주가 옛 영광을 되찾을 만한 시점이 요원해 보이고, 코로나19 공포심이 워낙 강해 한동안 수입 맥주가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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