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처음 상용화를 시작한 5세대 이동통신 ‘5G’는 이제 세계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5G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shutter stock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 ‘5G’ 상용화를 시작한 지 1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이후 국내 5G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총 466만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이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5G통신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5G가 건강에 매우 유해하다는 주장이 해외 일부 환경단체와 학계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5G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뇌졸중부터 암까지 여러 질병들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5G는 질병 유발” 주장… 높은 고주파, 빔 포밍이 원인?

러시아 국영방송 RT의 미국지사는 지난해 5월 ‘무선 암’이라는 제목으로 5G의 유해성에 관해 보도했다. RT 미국지사는 보도를 통해 5G 스마트폰 사용은 뇌종양, 자폐증, 불임, 알츠하이머 등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5G에 노출된 어린이는 암에 걸리거나 학습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5G의 유해성에 관한 주장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18년 해외매체 ‘로밍 버즈’ 등 외신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실시한 5G 실험장소 부근에서 수백마리의 새 떼가 죽고 연못의 오리들이 이상행동을 보였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정부 관계자도 “5G와 새떼의 죽음 간 명확한 인과관계를 찾을 수는 없었으나 5G가 인체에 유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같이 5G 유해성 논란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5G를 반대하는 이들은 5G에서 사용되는 ‘높은 고주파 대역’과 ‘빔 포밍 기술’이 인체와 환경에 유해하다고 주장한다. 5G는 기존 LTE보다 높은 고주파 대역을 사용한다. LTE의 주파수는 최대 2.6GHz다. 현재 사용되는 5G의 주파수는 3.5GHz로 LTE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5G가 유해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5G전파를 위해 사용되는 빔 포밍 기술이 스마트폰에 집중되는 전파의 양을 급증시켜 인체가 다량의 전자파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픽사베이

그러나 5G 반대 측은 5G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주파수를 28GHz까지 크게 확대되고 5G 기지국도 다수 증설된다면 발생하는 전자파의 양이 매우 많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지난 2017년에는 영국과 독일 등 35개국의 과학자와 의사 180명이 EU(유럽연합)에 5G 전자파에 대한 위험에 대한 청원을 올린 바 있다.

이들은 청원서를 통해 “5G전자파는 파장이 짧아 단거리에서 유효하고 고체에서 전파가 잘 안되기 때문에 10~12채의 건물마다 안테나를 설치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무선 전파의 노출도가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유럽에서 집, 상점, 병원, 가전기기, 자율주행차 등 100~200억개의 전자기기 간 사물인터넷(IoT)연결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유럽 시민들을 장기적으로 무선 전자기파에 노출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5G에서 사용되는 ‘빔 포밍’ 기술도 인체에 유해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빔 포밍 기술이란 무선통신에서 ‘스마트 안테나’를 이용해 안테나에서 방출되는 전파가 해당 단말기에게만 집중해 비추도록 하는 기술이다. 5G 유해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빔 포밍 기술을 사용하면 데이터 통신량이 많을 때 스마트폰에 집중되는 전파의 양이 급증해 인체가 다량의 전자파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환경운동가 샐리 배어는 영국 일간 ‘가디언’을 통해 “미 국립 보건원 산하 NTP가 진행한 휴대전화 전자파 유해성 실험에서 전자파를 쬔 수컷 쥐 6%가 심장에서 신경초종이라는 암이 발병했다”며 “세계의 248명의 과학자들이 5G전자파에서 나오는 방사선의 위험을 경고하지만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 스위스, “5G 도입 반대” 시위로 일부 5G 기지국 건설 연기

실제로 이 같은 5G 유해성 관련 주장들이 지속되자 5G를 반대하는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스위스 수도 베른에 있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5G 안테나 설치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서는 ‘스톱 5G’ ‘보이콧 5G’ 등의 푯말을 든 시민들이 다수 참가했다.

주최 측은 “수많은 시민이 집회에 참여한 것은 5G의 무분별한 도입을 원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징표”라고 밝혔다. 시위에 참석한 5G반대론자들은 5G의 실체적 위협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술 도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며 서명 작업도 진행했다. 

스위스의 5G 반대단체인 ‘페켄시아’ 관계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스위스의 성급한 5G출시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며 “스위스 시민 대부분이 5G를 반대하는 우리 편이다”라고 밝혔다.

제네바에서 정기적으로 5G 도입 반대 시위를 열고 있는 올리비에 파후드는 이번 시위를 지지하며 “5G기술이 건강과 환경, 사람들의 사고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스위스는 시민들의 이 같은 반대운동과 온라인 청원으로 제네바, 보, 프리부르, 뇌샤텔 등 일부 주에서 5G 기지국 건설을 연기한 상태다.

지난해 9월에는 스위스 수도 베른에 있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5G 안테나 설치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AFP통신

◇ 전문가들, “5G 유해성 관련 과학적 근거없어”… 새로운 측정 방식 도입 필요성 강조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과 관계기관 측은 5G의 유해성을 입증할만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5G 전자파의 인체보호기준을 지켜서 사용한다면 특별히 우려할 이유가 없다는 게 정부와 학계의 입장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역시 5G 등 휴대폰 전자파의 암 발생 등급을 ‘2B’로 낮은 등급을 매겼다. 2B는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증거가 제한적이고 동물실험에서도 근거가 부족할 때 부여되는 등급이다. 2B군에는 커피, 피클 등이 포함되는 수준이다.

국내에서도 5G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실험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측정 실험에 따르면 5G의 전자파 발생량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12월 30일 발표한 ‘5G 기지국 설치지역 등 전자파 노출량 측정 결과’에 따르면 G기지국에서 발생한 전자파는 ‘전자파 인체보호기준 대비’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은 ICNIRP(국제비전리방사선보호위원회)에서 생체 실험 등을 통해 정한 인체에 해롭지 않은 전자파 양이 기준을 말한다. 

또한 과기정통부가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 등 유·아동 시설에서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LTE 0.99% △TV 최대 0.19% △와이파이 0.14% △5G 0.07% 순으로 5G의 전자파 발생량이 가장 낮게 측정됐다. 과기정통부의 설명에 따르면 LTE는 일정한 영역에 고정된 출력의 전자파를 방출한다. 반면 5G의 경우 이용자 수에 따라 출력을 조정하는 기술이 적용돼 평균 전자파 노출량이 줄어든다.

국립전파연구원은 “5G기지국은 LTE기지국에 비해 효율적으로 전파를 운용해 전자파 인체 노출량이 LTE기지국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3G, LTE에도 적용됐던 기술로 통신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송신전력을 최소화해 5G단말이 증가하더라도 전자파 노출량은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한 임플란트 등 인공치아를 착용할 시 5G 전자파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 2018년 전기전자학회 개제된 ‘전자파 흡수율(SAR)시뮬레이션 기법과 5G 주파수 대역에서의 인공 치아가 삽입된 인체 머리 모델의 전자파 흡수율 시뮬레이션 결과’(저자 김창균·이성수 숭실대학교 전기공학부 연구원)에서도 5G가 인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논문에 따르면 30GHz의 5G 주파수 대역에서 인공치아가 삽입된 인체 머리 모델의 전자파 흡수율은 최고치 2.50×10-³  W/kg, 평균치 8.58×10⁷ W/kg이다. 이는 국내 허용 기준치 1.6 W/kg에 절대적으로 못 미치는 수치다.

논문 저자들은 “이동통신 단말기 등을 사용할 때 5G 등 전자파에 의한 영향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으나 실제로는 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전자파의 인체 조직 내 침투 깊이. 전자파의 주파수가 10GHz에 이르자 인체 침투 깊이는 거의 0에 가까운 수치(0.27cm)를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10GHz 이상인 주파수에선 인체 내부에 전자파가 침투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자파기술지

최영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18년 전자파기술지 ‘5g전자파와 인체영향’에서 “기지국을 많이 설치하면 일반적으로 더 위험하다고 인식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전자파의 세기”라며 “기지국이 많이 세워지면 오히려 각각 낮은 출력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전자파 세기를 줄일 수 있어 전자파의 인체노출량은 감소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10GHz 이상에서 생물학적 영향을 보면 조직 내부로 침투하는 에너지가 매우 작다”며 “침투 깊이가 대략 0.27cm로 대부분 피부에서 흡수되므로 5G 전자파 노출은 뇌종양, 암 등과 같은 인체 깊숙한 조직에서 발생하는 질환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고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5G에 대한 새로운 전자파 측정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에서 3.5GHz 대 주파수를 이용하고 있는 5G는 기존 LTE와 같은 전자파 측정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전자파에 노출된 사람의 체온 변화를 통해 인체 유해성을 측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28GHz와 같은 고주파는 피부 표면에서 흡수돼 인체 내부로 들어갈 수 없다. 때문에 인체의 온도변화를 일으키지 않아 28GHz가 실제로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실히 판단하기 어렵다. 5G 단독모드 도입 시 사용될 초고주파 대역인 28GHz의 경우 측정방식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국립전파연구원은 올해 5G의 28GHz 대역 근거리장 전자파에 대한 정확한 측정방법을 도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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